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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혁명시대 … 기회를 살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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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이탈리아에 간 주인공 소피는 여성들이 비밀스러운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50년 전에 쓰인 러브레터 한 통을 발견하고 그 안타까운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소피의 편지에 용기를 얻은 클라라는 50년 전의 첫사랑 찾기에 나선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줄거리다.

 미국 잡지 ‘뉴스위크’가 최근 선정한 ‘인터넷으로 없어진 것들’ 중엔 손으로 쓴 편지가 포함돼 있었다. 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급하면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시간이 되면 e-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생활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보내는 시간마저 길어져, 이제 러브레터로 사랑을 고백하고 하염없이 답장을 기다리는 모습은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돼버린 듯하다.

 그중 특히 20, 30대를 겨냥해 시작된 SNS의 기세가 놀랍다. 점점 새로운 서비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길 것 같은 젊은이들이 인터넷 세상에서의 외로움을 풀어줄 ‘소셜’에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이다. SNS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네트워크를 넘어, 사람들의 취향·일상·생각 등이 축적된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로 성장해 글로벌 인터넷 비즈니스의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아무에게나 많은 양의 정보를 마구 뿌리는 식의 광고가 아닌, 사용자가 인터넷에 올린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화된 잠재 고객 그룹을 찾아가는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SNS 중에는 인터넷 쇼핑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커머스나 미리 성향을 파악한 사람들끼리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소셜미디어, 모바일 소셜네트워킹을 활용한 게임처럼 이미 확실한 수익기반을 잡은 것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새 시장을 향해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와 같은 SNS를 이미 오래전에 선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 이유로 한글과 영어의 차이를 거론하거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방 등 국내 업계의 폐쇄적 문화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오히려 사소한 문제들로 보인다.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잘하는 기업의 장점을 쫓아가야 하는데 만약 그런 것들이 결정적 이유였다면 영어로, 개방으로 못 따라잡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서비스와 연계된 다른 매력적인 것들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래서야 애국심에 호소해 외국산 SNS의 이점을 포기하고 국산 서비스를 고집하게 한들 답이 없다. 소셜네트워크를 고리로 하는 단말기·콘텐트는 물론 정책과 제도, 창의적 시장 등 ‘인터넷 순환고리’ 전체가 경쟁력을 갖지 못한 상태에선 굳이 국내 SNS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으로 친구·동창 등의 연결고리에서 소외될까 싶어, 혹은 취미 등의 이유로 SNS를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쏟아내는 정보의 양도 신문·방송·잡지와 같은 전통적 미디어가 제공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질 것이다. 문자뿐 아니라 영상까지 첨가해 교통 상황부터 홍수·폭설의 중계, 맛집·패션·여행지 추천, 정치 토론 등 모든 관심사를 자유롭게 쏟아내는 소셜네트워크 종류가 많아질수록 좋은 정보를 어떻게 잘 선택할 것인지의 고민도 커질 것이다. 이에 부응해 문자 기반의 구글을 뛰어넘는 영상시대의 차세대 검색엔진이 출현해 인터넷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세계 온라인 서비스의 지각 변동에 대한 갈망은 현재 대한민국 벤처기업들의 최우선 도전목표이기도 하다. 이런 벤처들은 물론 IT업계 전체의 혁신을 향한 노력을 통해 우리만의 인터넷 순환고리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