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절차 전면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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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을 포함한 매각절차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나섰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판이 깨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시장에서 지분을 쪼개 파는 방식(블록세일)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익명을 원한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우리금융 컨소시엄의 갑작스러운 입찰 포기 발표로,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지 말지 자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보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예비입찰을 실시키로 하고, 예비입찰 안내서 내용을 협의해 왔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빠져도) 예비입찰을 진행해야 하지만, 지금은 들어올 곳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예비입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비입찰을 강행한다고 해도 참여할 인수 후보자가 마땅찮아 고심 중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우리금융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낸 곳은 11곳. 이 중 우리사주조합이 만든 우리사랑컨소시엄과 거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W컨소시엄은 13일 입찰 불참을 선언했다. 두 컨소시엄과 공동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유리자산운용도 예비입찰 불참이 확실시된다.

 남은 8곳은 보고펀드·MBK파트너스·칼라일 등 국내외 사모펀드와 맥쿼리·아비바 등 외국계 금융회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보유한 지분(56.97%)의 절반 이상을 살 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뻔히 결과가 보이는 데도 예비입찰을 강행하기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선 공자위가 새로운 민영화 방식을 마련할 수밖에 없으므로 나중에 참여해도 된다는 게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우리금융이 가장 선호하는 민영화 방식은 시간외 거래로 지분을 여러 투자자에 나눠 파는 ‘블록세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블록세일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경쟁입찰을 고집해왔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민영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블록세일은 보통 시가에서 할인해 파는데, 이런 할인 없이도 우리금융이 유치한 투자자들에게 블록세일로 지분을 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이 구상한 방식은 높은 가격을 써내는 순서대로 지분을 팔겠다는 조건을 걸고 정부가 보유지분을 블록세일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지분을 사겠다고 나설 투자자들도 일부 있을 거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컨소시엄은 여러 투자자의 희망 가격 중 최저가로 입찰할 수밖에 없지만, 블록세일은 투자자들이 다양한 가격을 써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을 더 높여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블록세일 방식의 민영화를 택할 경우엔 지방은행인 경남·광주은행은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은행은 인수하려는 수요자가 여럿 나와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 팔면 프리미엄을 좀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14일 우리금융 주가는 4% 넘게 급락했다. 이날 우리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700원(4.62%) 내린 1만44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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