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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푸 vs 캉스푸 … 중국 ‘라면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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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국에서 제품값 인상을 놓고 식품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라면 제조업체의 가격 인상을 유통업체가 거부하자 제조업체가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차이나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에 기업의 가격전가 논란과 함께 정부의 과도한 압력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4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서 식료품 생산을 해온 대만계 캉스푸(康師傅)는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캉스푸 클래식 라면 시리즈 가격을 지난달 개당 10% 인상했다. 캉스푸는 라면 제조에 들어가는 농산품 등 주요 재료값이 크게 올라 기존 가격은 마진 없이 원가에 판매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와 로터스 등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통업체들은 인상된 캉스푸 라면을 팔고 있다.

 문제는 중국 유통시장의 최강자인 프랑스계 카르푸(家樂福)가 반발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카르푸는 과도한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구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가격 인상 조치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카르푸 중국본사 직원은 “캉스푸의 가격 인상 요구가 있었으나 물가 안정을 고려해 캉스푸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제품 공급이 중단됐다”며 “캉스푸와 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카르푸 매장에서 캉스푸 라면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캉스푸 측은 “이번 사건이 소비자의 구매 활동에 큰 불편을 끼치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주고 나섰다. 베이징 변호사협회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 추바오창(邱<5B9D>昌) 주임은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생산업체가 가격을 올린 측면도 있겠지만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 거부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11월 물가가 5.1% 인상돼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인플레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식료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의 취약한 공급망에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CBCT 브랜드마케팅기구 리즈치(李志起) 회장은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생산업체는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하고 유통업체는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인해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고 분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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