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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총리 ‘오자와 치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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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연말 일본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번에도 진원지는 역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 전 민주당 대표다. 그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심사회로부터 강제기소가 확정된 상태다. 이르면 연초에 정식으로 기소된다. 그런 그가 다시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등 정권 핵심부가 ‘오자와 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당 임원회의를 열고 오자와의 국회 정치윤리심사회 출석을 강력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오자와가 자발적으로 출석하도록 촉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정식 의결을 통해서라도 출석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향후 이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은 오카다 간사장에게 일임됐다.

 간 총리 등 민주당 수뇌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야당이 요구하는 오자와의 국회 정치윤리심사회 출석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는 내년 1월 말 시작되는 정기국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내각지지율 하락과 국회 운영의 어려움을 동시에 타결하기 위해선 오자와를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자와 진영은 “출석 의결을 강행할 경우 집단 탈당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오자와 측은 “이미 사법부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한 마당에 국회로 불러내겠다는 것은 인민재판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부대신(차관), 정무관(차관보) 등으로 내각에 들어가 있는 오자와 측근 의원들도 이날 “의결을 강행하면 사직서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오자와 본인은 “정말 당 분열까지 가겠다는 거냐”며 격노하고 있다. 오자와 측은 간 총리가 이참에 ‘판’을 새로 짜려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오자와를 민주당에서 몰아내거나 탈당하게 만든 후 그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자민당 혹은 공명당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이합집산의 서곡인 셈이다.

 오자와는 지난 40년간 정치판에서 고비마다 오뚝이처럼 살아남았다. 위기를 맞고 있는 그가 측근 세력을 이끌고 탈당할 것인지, 아니면 버티기를 통해 간 총리 등 ‘반오자와’ 세력을 무력화시킬 것인지 주목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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