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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서 돌아온 우리 동네 스포츠 스타 권혁진·이준호·이명중 선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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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이 16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지난달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팀은 4회 연속 종합 2위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고양시 소속 선수들도 태극 마크를 달고 대표팀의 활약에 힘을 보탰다. 그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낸 세팍타크로팀에는 고양시청 소속 선수들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 딛고 따낸 값진 은메달

 지난 6일 오후, 고양시청 실내 체육관에서는 시청 소속 세팍타크로 선수들의 훈련이 한창이다. 아시안 게임이 끝난 지 열흘도 되지 않은 만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선수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시아어로 ‘차다’를 뜻하는 ‘세팍’과 태국어로‘공’을 의미하는 ‘타크로’의 합성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두 팀이 볼을 땅에 떨어뜨리거나 손이나 팔을 이용하지 않고 발로 볼을 차 승패를 겨룬다. 우리나라의 족구와 비슷하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세팍타크로 대표팀 남자 선수 중 권혁진(25)·이준호(25)·이명중(25) 등 3명이 고양시청 소속이다. 이준호선수는 2인조 경기인 더블과 단체전인 팀 이벤트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권혁진과 이명중은 팀 이벤트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세팍타크로는 더블과 레구, 팀 이벤트 세 종목으로 나뉘는데 한국 대표팀은 더블과 팀 이벤트, 두 종목에 출전했다. 개최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두 종목에만 참가할 수 있다는 아시안 게임 규칙 때문이다. 세팍타크로 최강국인 태국이 레구와 팀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블에서의 금메달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이러한 기대의 바탕에는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거둔 좋은 성적이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더블 종목에서는 남녀 모두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한국 세팍타크로 등록 선수는 260여 명 뿐. 실업팀과 대학팀을 모두 합쳐도 25개 팀에 불과하다. 소년체전 종목이 아니어서 초·중학교에서 팀 창단을 꺼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를 거둔 셈. 더블에 출전한 이준호 선수는 “은메달 소식을 듣고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아쉬움의 크기만큼 다음 대회에 대한 기대도 크다. 권 선수는 “2014년에 아시안 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는 만큼 3종목 모두 참가할 수 있다”며 “꼭 금메달을 따서, 세팍타크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우수 선수 육성·지원

 선수들만큼 아쉬움이 컸던 사람들이 있다.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친 고양시 응원단이 그들이다. 최성 고양시장을 비롯해 시청 관계자, 고양시체육회 회원 등 30여명은 경기장을 지키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기 종목이나 대형 선수 위주로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고양시는 비인기종목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남자 세팍타크로 대표팀 코치를 맡아 선수들을 지휘했던 이기훈 고양시청 감독은 “타국에서 고양시 응원단의 소리가 큰 힘이 됐다”며 “처음으로 세팍타크로 경기를 본 최 시장님과 고양시 응원단이 세팍타크로의 매력에 빠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18일 열리는 ‘고양시 체육인의 밤’에서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세팍타크로 선수를 비롯해 고양시 소속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고양시 세팍타크로팀은 지난해 창단했다. 그 전까지 경기도에는 세팍타크로 실업팀이 없었다. 이때문에 지역의 우수 선수들도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서 선수 생활을 해야 했다. 이명중 선수는 저동고등학교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경기도내 팀이 없어 부산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고양시 창단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 선수는 종종 모교인 저동고를 찾아 후배들과 훈련을 한다. 이 선수는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저를 보고 저동고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고양시청 선수들은 내년애는 조금 더 고양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갈 예정이다. 고양꽃박람회 등 지역의 대표 행사를 찾아 세팍타크로를 알리고 지역내 학교 아이들에게 세팍타크로를 가르칠 계획도 세웠다.

 고양시 세팍타크로팀은 한국 대표팀 자격으로 12일부터 오만 무스캇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안비치경기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감독은 “해변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승리를 장담할 순 없지만 늘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응원해 준 고양시민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설명] 고양시청 세팍타크로팀 이명중·이준호 선수, 이기원 감독, 권혁진 선수(왼쪽부터). 이들은 “타국에서 울리는 고양시 응원단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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