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라의 고백 “당신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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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갤러리아백화점 천안 센터시티점 아트홀 무대에 서는 한소라씨. 한씨는 한달 전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뒤로 하고 근육병 환자의 자립을 돕기 위한 무대에 선다. [조영회 기자]

한소라. 1982년생이니 올해 나이 스물여덟이다. 천안이 고향인 그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에 재능을 보여 ‘최고’만 간다는 예원학교(서울예고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중학교과정)에 진학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돌연 학교를 그만두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한다. 좋아하는 바이올린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유학생활이 13년. 남부럽지 않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 연주자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그를 고향에 돌아오게 한 건 일생 동안 그를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아버지였다.

 그는 1년 동안 병마와 싸우는 아버지 곁을 지켰다. 하지만 한 달 전 아버지는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 두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가슴에 가득 안은 채 의미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18일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센터시티점 아트홀에서 열리는 진행성 근이영양증(근육병) 환자를 위한 자선음악회 무대에 선다.

 -공연 제목이 ‘한소라의 고백’이다. 무슨 의미가 있나.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일(돈을 받고)로 하는 연주보다 자선 공연이 즐겁다. (한씨 뿐 아니라 이번 공연의 모든 출연진이 노 개런티로 무대에 선다) 음악뿐 아니라 삶을 나눌 수 있는 무대를 좋아한다. 이번 무대가 그렇다. 나의 삶을 고백하는,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 하나 아버지가 이번 공연을 보실 거라고 생각했다. 살아계셨다면 생전에 못 다한 ‘사랑고백’을 들으셨을 텐데….

-근육병 환자를 위한 자선공연이라고 들었다.

 아버지께서 병상에 누워계실 때 근육병 환자를 위한 자선공연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천안에 살고 있는 근육병 환자 임재신씨가 나오는 공익광고 포스터도 보게 됐다. 평소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 아버지가 생각나 얼른 하겠다고 했다. (공연 당일 근육병 환자인 임씨가 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임씨를 만나봤나.

 몇 차례 저녁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같이 갔다. 휠체어 들고 지하에 있는 노래방 가느라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의외로 밝고 감성이 풍부해 놀랐다. 오히려 내가 위로 받고 힘을 얻어 돌아왔다. (임씨가)공연 소식을 듣고 행복해 하고 있다. 본인과 같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자립을 돕는 공연인 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임씨를)자주 보려면 공연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유학 시절보다 훨씬 많은 연습을 하고 있다. 다른 출연진들 모두 해외 유학파로 최고의 연주를 선보일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자선 공연을 약속했다고 들었다.

 음악가는 일생 동안 자연과 이웃들에게 신세를 지고 산다. 자연을 통해 영감을 얻고 이웃이 있기에 연주 활동을 하는 것이다. 신세 진 것들을 평생을 두고 갚는 것이 음악가의 숙명이다. 하지만 전국을 돌며 자선공연만 할 수는 없는 형편이어서 고향에서만큼은 가능한 많은 자선 무대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계획은.

 공부를 더해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 국내, 국외 가리지 않고 공연활동도 활발하게 할 생각이다. 약속대로 지역 사회를 위한 각종 자선공연도 열심히 하겠다. ‘한소라의 고백’은 클래식 토크쇼를 표방하고 있다.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살아있는 ‘한소라의 고백’이 많은 관객들의 호응으로 계속 이어지는 자선공연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근육병=근육병이란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져 신체의 장애를 가져오고 결국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만성적, 진행적 질병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재활치료 등으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현재 없다. 병세가 악화 될 경우 호흡근의 약화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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