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수·외 최상위권, 모두 남학생이 여학생 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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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 수능 채점 결과 언어·수리·외국어(영어) 영역 상위권에서 남학생이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리 가형 최상위권에서는 남학생 우위 현상이 두드러져 17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 지원 전략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진학상담교사단이 수능 영역별 남녀 비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리 가(자연계형) 표준점수 1등급에서 남학생 비율은 83.5%(4999명)로 여학생(16.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 남학생 비율은 80.8%였다. 만점자도 남학생이 32명(91.4%)이고 여학생은 3명(8.6%)에 불과했다. 지난해 만점자의 남녀 비율은 84.2% 대 15.8%였다. 수리 나(인문계형)에서도 올해 남학생 비율(64.2%)이 지난해(60.1%)보다 높았다. 수리에서는 대체로 남학생이 강세를 보이긴 하지만 올해는 수리 가형이 특히 어렵게 출제되면서 여학생의 약세가 더욱 두드러진 것이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의 경우 2009학년도와 2010학년도 수능에서는 여학생이 앞서기도 했으나 올해는 두 영역 모두 남학생이 앞섰다. 올해 언어 만점자는 남학생이 253명(62.8%), 여학생이 150명(37.2%)이었다. 외국어 영역에서는 1등급 여학생 비중이 지난해 49.3%에서 올해 45%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만점자 중 여학생(52.7%)이 더 많았으나 올해는 남학생(53.7%)이 7.4%포인트나 앞선다. 입시 전문가들은 언어영역의 컴퓨터나 경제 관련 비문학 지문과 외국어의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지문을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리 가 점수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의학계열에서 여학생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김명찬 종로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연계와 인문계 모두 상위권 대학은 수리영역 비중이 높아 여학생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표준점수에 비해 점수 차이가 적게 나는 백분위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나 수리 비중이 낮은 곳에 여학생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숙명여대 등 대부분 여대와 국민대·단국대·숭실대·홍익대 등이 백분위를 활용한다. 한 여고 교사는 “올해 수리 가에서 최상위층이 세분화됐는데 남학생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의대·치의대·한의대 등에서 남학생이 강세를 보이고 백분위 반영 의대에 최상위층 여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위권대의 경영·경제 등 남학생 선호 학과에서도 여학생이 약세를 보이거나 지원을 꺼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필 순천강남여고 교사는 “여학생들의 지원 경향이 대학과 학과에 대한 기존의 순위 개념을 흔들어놓을 수 있어 올해 입시의 큰 변수”라며 “수험생들은 정시 지원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지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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