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도주할 우려 있다” … 어산지 보석신청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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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의 지지자가 7일(현지시간) 언론 탄압을 상징하는 재갈을 입에 물고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 앞에서 어산지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는 미국이 짖으면 스웨덴은 꼬리를 흔든다라고 쓰여진 문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런던 AFP=연합뉴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39)가 영국 법원에 낸 보석 신청이 기각됐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7일(현지시간) 어산지에 대한 심리에서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는 다음 심리가 열리는 14일까지 계속 구금된다. 변호사인 마크 스티븐슨은 “보석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지난 8월 스웨덴에서 두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웨덴 검찰은 유럽연합(EU) 전역에 사법적 효력을 갖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국 경찰은 경찰서에 자진 출두한 그를 체포했다.

 어산지를 고소한 여성들의 진술에 따르면 핵심 쟁점은 “어산지가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여성들이 “성행위에 대한 동의에는 피임기구를 사용한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었으나 그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문제를 삼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산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산지는 “스웨덴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영국이 자신을 스웨덴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여부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산지의 보석 신청이 기각된 직후 스웨덴 검찰청 홈페이지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마비됐다. ‘어나니머스(익명)’란 컴퓨터 해킹 집단이 일시에 다량의 접속을 일으키는 ‘디도스’ 공격을 한 게 원인이었다.

 ◆사우디 젊은 왕족 마약 파티=한편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위키리크스 외교전문을 인용, “이슬람 율법의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젊은 왕족들이 술과 마약, 매춘부들이 흘러넘치는 비밀 파티를 은밀히 즐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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