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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기대에 못 미치는 수능 성적표 받은 후배들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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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표가 나왔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수험생들은 자신에 대한 실망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한숨만 나온다. 17일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지만, ‘원서 넣어봤자 붙겠어’라는 생각에 일찌감치 정시지원조차 포기하는 수험생도 상당수다. 그러나 수능이 ‘인생의 끝’은 아니다. 수능 성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학·학과를 선택했지만, 편입과 전과 등 또 한번의 도전을 통해 제2 라운드의 인생을 열고 있는 선배들이 있다. 이들은 “대학 입학 후에도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는 충분하다”며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정시 지원 등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라”고 입을 모았다.

성균관대 편입 성공한 김지혜씨

김지혜(23·여·성균관대 아동학과 4)씨는 고3 수능시험 당일 갑자기 몸이 아팠다. 구토까지 나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모든 과목의 등급이 평소 모의고사 때보다 2등급씩 떨어진 수능 성적표를 받았다. “성적표를 받은 뒤 수도 없이 벽에 머리를 박을 정도로 괴로워했어요.” 재수를 고민했지만 부모의 반대로 성적에 맞춰 H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한 학기를 다녔지만 패배감과 회의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차피 들어온 대학이니 이왕이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고 가자’는 생각으로 편입을 결심했다. “그때부터 전공보다는 흥미 있는 여러 분야의 수업을 두루 들었어요. ‘편입’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 학점도 오르더군요.” 2학년까지 다닌 김씨의 학점은 4.5 만점에 3.9였다. 2학년을 마치고 편입준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학점은 좋으니 영어공부만 확실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8개월여 편입공부를 하는 동안 계획을 세워 영어교재를 수도 없이 반복 학습한 결과 김씨는 성균관대와 홍익대, 숙명여대 등 지원한 5개 대학에 모두 합격했다.

 성균관대로 편입한 뒤 김씨의 학점은 더 올랐다. 4.5만점에 4.1이다. 3학년 2학기엔 장학금도 받았다.

 “성공하는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에요.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기회는 많습니다.” 

대학 다니며 이과에서 문과로 전과한 김진홍씨

김진홍(25·여·고교교사)씨는 고교 때부터 의사를 꿈꿨다. 하지만 수능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반수를 했고, 결국 2005학년도 입시에서 생물을 전공할 수 있는 이화여대 과학교육과를 선택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그러나 2학년 초 해부학과 식물분류학을 수강하면서 ‘생물학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다른 진로를 모색하던 중 우연히 음악치료학강의를 듣게 됐다. 영어로 진행된 이 강의에서 영어라는 언어에 매력을 느꼈다. 2학년 2학기부터 영어공부에 몰입했고, 3학년에 올라가면서 영어교육과로의 전과를 결심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학점관리에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4.3만점에 3.8 정도의 학점을 유지했어요.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다니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학점관리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과 후 8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꾸준히 임용고시를 준비한 김씨는 지난해 11월 응시한 서울중등교원임용고사에 한번에 합격했다. 올 3월부터 서울시내 한 고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 중이다. 학교 프로그램 100% 이용한 오민아씨

오민아(22·여·인천대 4)씨는 점수에 맞춰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식 전날까지도 ‘실력에 비해 대학을 못 간 케이스다’를 되뇌었다. 그러나 입학 후 동기들과 친해지면서 ‘재수’ 생각은 없어졌다. 대신 ‘이왕 학교에 들어왔으니 학교가 주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자’고 마음먹었다. 평소 방송에 관심이 있었던 오씨는 1학년 때 교내 방송국에서 보도부원으로 활동했고, 2학년에 올라가서는 1년 동안 중국 다롄(大連)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자신감이 붙은 오씨는 ‘금융권 진출’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올여름에는 국내 은행 인턴사원으로 2개월간 일했다. 또 지난달에는 학교대표로 나간 소비자교육콘텐트 공모전에서 은상을 차지하는 등 자신만의 스펙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학벌보단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문대 졸업장을 받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100퍼센트 이용하는 게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요?”

설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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