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 최대 포털 구글이 같은 나라의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정식 도전장을 던졌다. 구글은 ‘e북 스토어’라는 전자책(e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지금까지 책 이름과 일부 본문을 검색 서비스만 해 왔는데 이날부터 전자책을 내려받고 올릴 수도 있는 본격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손대는 일마다 위력을 발휘했던 구글이 이후 아마존의 아성을 깰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외신들은 ‘e북 전쟁에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고 평했다.
세계 전자책 시장의 지존인 아마존은 1995년 세계 처음 관련 서비스를 시작해 오프라인 서점 위주의 지형도를 온라인 유통으로 확 바꿔놓았다. 아마존의 전자책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고, 300만 권 이상의 콘텐트를 확보해 놨다.
아마존에서 책을 내려받아 읽는 전용 휴대단말기 ‘킨들’은 300만~400만 개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노블스’가 전용 단말기 ‘누크’를, 소니가 전자책 단말기 ‘리더’ 등을 내놨지만 ‘킨들’에는 역부족이었다.
◆단말기 가리지 않아=구글의 e북 서비스는 대부분의 휴대용 단말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폰 등 스마트폰을 비롯해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PC, 나아가 ‘누크’ ‘리더’ 같은 경쟁사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로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아마존 전용 단말기 ‘킨들’로는 할 수 없다. 구글 서버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전자책을 읽는 방식이라 회사에선 PC로 읽다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읽다가, 귀가해 태블릿PC로 이어서 볼 수 있다.
구글 ‘e북 스토어’의 이용 서적 수는 300만 권을 넘어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04년 이후 지구상의 모든 책을 e북으로 변환하겠다는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100여 개국 3500여 출판사, 400여 도서관 등과 제휴해 1500만 권 이상의 책을 디지털화해 왔다. 현재는 미국에만 서비스되며 내년부터 아시아 등 다른 나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글 측은 “e북 스토어는 세계 최대의 전자책 도서관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금융회사 크레디트 스위스는 ‘72%인 아마존의 전자책 시장 점유율이 구글·애플의 참여로 2015년엔 35%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출판업계 반사이익=전자책은 태블릿PC의 핵심 콘텐트다. 볼 수 있는 전자책이 많을수록 태블릿PC 수요가 늘어난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아이패드에서 구글의 전자책까지 볼 수 있다면 활용도가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단말기 업체들도 구글의 움직임을 반긴다.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를 판매하는 국내 아이리버 관계자는 “국내 전자책 시장은 매우 초기 단계로 스토리 판매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진다”며 “단말기로 볼 수 있는 콘텐트가 늘어나면 전자책 단말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50여 출판사가 만든 전자책 제작 대행업체인 한국출판콘텐츠(kpc)의 엄일용 사업팀장은 “유통망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수익 배분이 잘 되면 구글의 e북 스토어든 애플 아이북스 등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