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에이스 수난시대

중앙일보

입력

에이스가 없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며 투수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넘버1투수' 에이스의 무게다. 그렇다면 야구는 곧 에이스 놀음이라는 삼단논법도 가능하련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에이스의 활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10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과 한화는 각각 팀 에이스 이경필과 정민철을 내세웠지만 둘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승부는 후반에 갈렸고 결국 마무리 구대성과 진필중의 대결에서 판가름났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 무용론' 이 대두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셔널리그의 최다승 투수 마이크 햄튼(휴스턴 애스트로스), 탈삼진.방어율 1위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컴퓨터투수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나란히 디비전시리즈에서 1승도 건지지 못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승.방어율.탈삼진 1위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도 승리투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의 위력이 반감하는 이유는 철저히 분업화된 구원투수진의 발전과 단기전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감독들은 단기전에서는 정규시즌과 달리 선발투수를 믿고 오래 갈 수가 없다. 이에 따라 구원투수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또 시즌 내내 계속된 등판에 에이스들의 투구 위력도 정규시즌 때보다는 떨어진다.

한국프로야구의 최동원(84년 롯데), 월드시리즈의 잭 모리스(91년 미네소타 트윈스) 등 시리즈 전체를 책임진 에이스의 활약은 점점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오히려 96년 뉴욕 양키스 우승 때의 MVP 존 웨틀랜드가 말해주듯 마무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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