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정 올라탔던 김정일 … 어뢰훈련 보며 “바로 저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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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발사관을 장착한 최신형 반잠수정이 포착된 북한의 평양 인근 남포 해상침투기지(왼쪽). 부분 확대한 사진의 반잠수정 오른쪽 갑판부에 달려 있는 4m 길이 원통 모양 구조물이 경어뢰 발사관이다. [본지 입수 위성사진]<사진크게보기>

북한이 신형 반잠수정에 어뢰를 장착할 수 있는 사실이 파악됨에 따라 우리 군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연어급 잠수정에 달린 중어뢰(CHT-02D)로 천안함을 폭침시킨 데 이어 기동성이 뛰어난 반잠수정까지 어뢰 공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레이더 탐지 등이 어려운 반잠수정의 특성상 우리 영해 인접 해역에서 어뢰를 이용해 기습공격을 펼칠 경우 우리 해군 함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 김일성(1994년 7월 사망) 전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뢰에 대한 각별한 애착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노동신문과 중앙 방송 등 관영매체들이 김일성·김정일의 어뢰 관련 언급이나 동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보도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평양방송에 나온 한 북한 해병은 “장군님(김정일)이 적들을 바다에 수장시켜버릴 탁월한 전법을 가르쳐줬다” “한 몸 그대로 어뢰가 되려는 것이 해병들의 신념의 맹세”라고 주장했다. 2007년 4월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위원장이 한 해군부대를 방문해 해병들의 어뢰 돌격훈련을 지켜본 뒤 “바로 저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으며 만족해 했다고 전했다. 또 2005년 6월 중앙방송은 “장군님이 몸소 어뢰정을 타시고 해병들과 함께 파도 사나운 바닷길을 항해하면서 그들의 가슴에 육탄정신을 심어줬다”고 강조했다. 이 방송은 김일성도 6·25 발발 한 해 전인 1949년 여름 한 해군부대를 찾아 ‘어뢰정 21호’에 직접 올랐다고 전했다.

 북한은 6·25전쟁 때인 50년 7월 강원도 주문진 앞바다에서 북한군의 17t짜리 어뢰정 4척이 1만7300t급 미국 순양함 ‘빨지모로호’를 격침시켰다고 주장한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이 격침했다는 미 순양함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등 진위 논란이 있지만 김일성의 언급은 천안함 공격 당시 북한군의 전술과 유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은 3월 천안함 도발 이후에는 이런 보도를 중단했다. 다만 조선중앙TV를 통해 어뢰 훈련 장면을 방영한 사례는 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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