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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영연구원, 1등 기업 성공비결 분석해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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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005년 대기업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입시전문기업 이투스를 인수하자 교육시장에는 엄청난 판도 변화가 예상됐다. 그러나 SK는 4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맞상대였던 메가스터디는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달 25일 오후 7시 서울 장충동에 있는 세계경영연구원(IGM)의 한 강의실. 조미나 IGM 교수의 강의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강의를 듣던 중소기업 임원 10여 명은 “후발주자의 한계 때문에” “마케팅에 밀려서”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조 교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교육사업의 본질을 간과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수강생들에게 ‘도토리(사이버머니)’를 나눠주는 등 튀는 마케팅을 전개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메가스터디는 우수 강사를 보강해 교육의 질을 키웠다. 시장 수요자들(수험생)은 신기술이나 공격적인 마케팅보단 검증받은 콘텐트를 원한 것이다.”

 ◆본질 꿰뚫어야=메가스터디·EXR코리아·알리바바닷컴 등 국내외 기업 8곳의 성공 노하우에 대해 조 교수는 “분석 대상 기업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매출 신장률은 256%에 이른다”며 “이들에게는 ▶업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유연한 확장 전략을 폈고 ▶인재 확보가 남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에코마트가 균일가 매장 시장에서 다이소 아성에 고전하는 것도 업의 본질을 꿰뚫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균일가 시장의 본질 키워드는 ‘충동구매이고, 그러려면 상품 구색이 다양하고 매장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에코마트는 숍인숍(매장 내 매장) 전략 때문에 이를 구현하기 힘들었다는 것. 소규모의 숍인숍 행태로 출점하다 보니 매장당 1200~1300종의 상품밖에 진열할 수 없고, 이는 다이소(매장당 2만여 종)에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유연한 확장=비즈니스 확장에서는 ‘플러스 알파’를 갖추는 게 핵심이다. 지나치게 전통을 고수하거나 제때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언제든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87억 달러가 넘던 리바이스의 매출이 15년 만에 반 토막 난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 동창회 열풍을 일으켰던 ‘아이러브스쿨’도 비슷한 경우다. 아이러브스쿨은 개설 30개월 만에 1000만 회원을 모았으나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반면 전기밥솥 1위 쿠쿠홈시스는 성공사례로 꼽혔다. 이 회사는 애프터서비스센터 100여 개를 갖추고 고객 의견을 듣는 데 적극적이다. 여기에 접수된 의견을 반영해 밥솥 하나로 잡곡밥과 쌀밥을 동시에 지을 수 있는 ‘나누미’를 출시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정수기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서비스망이 든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아동뿐 아니라 성인용 컬렉션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시장을 키웠다. 화장품과 MP3플레이어·보석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세계 1위인 아이디스의 확장 전략은 ‘타이밍’으로 요약된다. 이 회사는 버스 내 범죄가 증가하자 ‘차량용 DVR’을,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자 ‘학교 전용 영상감지 시스템’을 즉시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품을 미리 개발해놓고 시장과 호흡을 맞춘 것이 주효한 셈이다.

 ◆맞춤형 인재=또 다른 포인트는 인재 선발과 활용이다. 성공 기업들은 사원 채용 때 학점·어학 같은 ‘스펙(자격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았다. 결혼정보업계 1위인 듀오에 근무하는 203명의 커플매니저 중 83%가 주부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4.6세. ‘커플매니저=20대 여성’일 것이란 선입견에서 벗어난다. 회사 관계자는 “결혼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가진 35~55세 여성이 커플매니저로 적임”이라며 “이들을 위한 교육·보상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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