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조’ 덫에 걸린 수성의료지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대구시 수성구 수성의료지구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지난달 29일 대구시청 앞에서 편입 토지의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내 수성의료지구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과 사업시행자인 대구도시공사가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2008년 5월 수성구 대흥·고모·이천동 일대 176만3722㎡를 수성의료지구로 지정하고 개발계획 수립에 나섰다.

 하지만 대구도시공사는 9월 실시계획수립 용역을 중단했다. 토지 보상가가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부채가 많아 1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공사는 올 연말까지 용역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중 토지보상을 마무리한 뒤 착공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흥·연호·삼덕·고모동 등 수성의료지구 주민 200여 명은 지난달 29일 대구시청을 방문해 집회를 열고 조속한 토지보상을 촉구했다. 주민 김외국(67·고모동)씨는 “논·밭이 개발예정지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많지만 언제 보상이 이루어질지 불투명한 상태”라며 “도시공사의 감독관청인 대구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성구의회도 가세했다. 의원 9명으로 수성의료지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남상석 위원장은 “주민 상당수가 토지보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은행 대출금으로 다른 곳에 논·밭을 사 이자부담이 적지 않다”며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구도시공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정지의 땅값이 비싸 부지를 조성할 경우 3.3㎡(1평) 당 원가가 5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293만원인 동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도 분양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업비 마련도 문제점으로 꼽는다. 도시공사는 의료지구의 토지 보상비와 기반 조성비로 1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말 기준 도시공사의 자본금은 3700억원이지만 부채는 7089억원이어서 자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입주가 확정된 외국기업이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의료지구를 축소하든지 대구시가 추가로 출자해야 토지보상비 등 사업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권기일 의원은 “투자유치가 어려운 데다 사업성도 불투명하다”며 “적정한 규모로 축소해 사업을 추진하는 ‘포기와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자유구역청 신경섭 투자유치단장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이달 말까지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수성의료지구=수성구 대흥·이천·고모동 일대 등 3개 지역에 조성되는 의료집적단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11개 지구 중 하나다. 대구를 동북아시아의 의료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따라 지정됐다. 대흥지구에는 국제학교·국제업무시설이, 이천지구에는 양한방협진연구센터 등이, 고모지구에는 의료관광시설이 건립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