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방독면 89%는 폐기 대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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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민방위 조직이 보유한 방독면 10개 중 9개는 내구 연한을 넘겨 사실상 폐기 대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의 민방위용 방독면은 모두 332만 개로, 이 중 89%는 내구연한 5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방독면은 민방위 대원용 장비지만, 전체 민방위 대원(393만 명)의 수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북한이 화생방 공격을 해올 경우 일반 국민뿐 아니라 민방위 대원들도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500~5000t 규모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화학무기 중 대표적인 종류인 사린가스는 1t이 ㎢당 3000~1만 명이 있는 지역에 떨어질 때 사망자만 300~7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2004년 불량 국민방독면 사건 이후 지금까지 국비 보조가 중단돼 방독면을 보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보유한 방독면은 대부분 내구연한을 넘겼지만 매년 샘플링 조사를 통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을 골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처럼 전 국민이 하나씩 방독면을 보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민방위 대원이라도 한 명당 한 개씩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매번 방독면 구입예산을 요청하고 있는데 ‘당장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는 이유로 최종 예산 심의에서 전액 삭감돼 왔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15일 오후 전 국민이 실전상황을 가장해 비상대피시설로 피하는 특별 민방위 훈련을 한다. 연평도 사태와 같은 적의 포격으로부터 대피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훈련은 15일 오후 2시 전국 읍 이상 지역에서 소방방재청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의 훈련 공습경보 발령과 함께 시작돼 20분간 실시된다. 이때 전 국민은 직장과 학교·마을 단위로 민방위대의 인솔을 받아 지하실 등 대피시설로 피해야 한다. 모든 차량은 운행을 중단하고, 보행 중인 국민은 경찰 등의 안내를 받아 지정된 대피소로 즉시 이동해야 한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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