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4대강 예산 줄여 미사일방독면 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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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호 30면

5일 낮 서울광장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민주당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이다. 집회에는 종교·시민단체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예결산심사소위는 지난 주말까지 예산심의를 하지 못했다. 야당이 내년 예산 중 5000억원을 떼어 무상급식을 지원하자고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서울시에서는 오세훈 시장과 여소야대의 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무상급식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고 오세훈 시장은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공포하지 않고 있다.

송상훈 칼럼

북한이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어 민간인과 군인을 사망케 한 참극이 벌어진 지 열이틀째다. 연평도는 아직도 그날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주민 중 상당수는 오늘도 인천 찜질방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는 여전히 싸움판이다. 주변에서는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은 내전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까지 한다.

북한의 추가공격 소문이 돌고 있는 국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안전’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서해 5도 방위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무상급식과 4대 강 사업이 국민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야가 두 가지 사업에 사활을 거는 것은 그것이 갖는 정치적 파괴력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6·

2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진보 정치인들이 내건 공약이다. 4대 강 사업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현 정권의 핵심사업이다. 그런 이유로 양측이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면, 둘이 함께 한발씩 물러서면 어떨까. 무상급식도 축소하고 4대 강 사업 예산도 줄이자. 무상급식은 효율보다는 대중영합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내년에 무상급식 예산을 1160억원 책정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1160억원을 내는 것을 전제로 내년에 2300억원을 들여 모든 초등학교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교육청도 1943억원을 무상급식에 쓰는 예산안을 만들었다. 지자체 지원을 합치면 4000억원 가까이를 무상급식에 투입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하기 위해서는 1조원이 훨씬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런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5000억원을 지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까지 총 22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4 대 강 사업의 내년 예산은 7조원이 넘는다.

야당의 무상급식과 정부의 4대 강 예산을 깎아 1조원을 만들어 보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4대 강 예산이라도 합리적인 부분에선 삭감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게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재원으로 서해 5도나 휴전선 최전방의 방
위력을 증강하는 데 투입하는 거다.

정부가 구입을 검토 중인 스파이크 NLOS, 사정거리가 25㎞로 적의 해안포 구멍을 파고드는 직사 미사일이다. 발사대 20억~30억원, 미사일 한 발에 약 3억원이라고 한다. 미사일 200기에 발사대까지 갖추면 2000억~2500억원 정도면 된다. 그 정도 투자로 장산곶, 강령반도에 있는 북한 해안포 150~200문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난 K-9 사격 솜씨를 보고, 실력이 모자란데 장비만 사준다고 되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무기를 들여와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방독면을 사서 나눠주는 건 어떨까.

소방방재청이 민방위 대원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방독면은 332만 개다. 이 가운데 89%가 내구연한 5년을 넘긴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내에는 포격을 피해 숨을 만한 지하공간은 충분하지만 화생방 훈련에는 아무런 방책이 없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 보면 민방위대원에게 지급하는 방독면을 7만6500원에 살 수 있다. 정부가 구입한다면 3만원 선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3000억원이면 1000만 개, 6000억원이면 2000만 개의 방독면을 살 수 있다.

북한의 포성에 흐트러진 민심은 이런 일이 하나 하나 풀려갈 때 추슬러진다. 여야가 이도저도 싫다며 무상급식과 4대 강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면 어쩔 도리는 없다. 그러나 정책이나 국가 과제의 우선순위는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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