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분명히” … ‘무골’ 과시 단호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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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다운 군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박상천 의원·민주당)

 “전투의지가 충만한 야전(野戰)형 군인이다.”(김관진 후보자)

 일선 사단장(35사단)을 거쳐 3군사령관, 합참의장을 역임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3일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야전’ 출신다운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김 후보자는 7시간 가까이 진행된 청문회 동안 의자에 등을 거의 기대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답했다. 책상 위 물병과 컵에 입도 대지 않았다. 질의하는 의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말했다. 장황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알겠습니다” “동의합니다”라는 단문으로 답변했다. 그의 입에선 “명백한” “분명히” “100% 동의”와 같은 단호한 표현이 많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장관직 수락 동기를 묻는 질문에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강력히 응징하는 태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의 군 상태를 ‘행정 군대’라고 비판했다. “오랫동안 행정화되고 관료화된 안일한 태도가 (현재 군)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지휘관이 ‘선조치·후보고’를 할 수 있게 하고 소신 있게 지휘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겠다. 작전 결과에 대한 신상필벌도 분명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철저히 응징한다. 가용한 모든 전투력, 그게 부족하다면 합동 지원전력까지 투입한다”며 단호한 어조로 답변했다.

 군이 과도하게 행정화됐다는 그의 지적에 대해선 청문위원들의 호응이 쏟아졌다. 야전군인 출신인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은 “어떤 지휘관들은 휴대전화 하나도 자기가 안 갖고 다니고 부관에게 갖고 다니게 하면서 지휘봉이나 들고 다닌다”고 동감을 표했다.

 김 후보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잘못된 정보 판단은 국정원장·국무총리·대통령이 군 병법이나 전략에 대해 너무 몰라서 아니냐”고 묻자 “군사분야의 달인이 반드시 대통령이 되라는 법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통치권은 국민의 선거에 의해서 결정된다. 장관을 포함한 합참의장 등 전문 요원들이 전쟁 지도를 잘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청문위원들은 “무장이란 (세간의) 평가답다”(정의화)고 그를 치켜세웠다. 민주당 의원들도 질의 중간중간에 “답변이 소신 있어 점심 때 국방부 장관을 잘 뽑았다는 말도 했다”(정동영), “후보자의 확고한 대북 대응자세에 많은 국민이 든든해 할 것”(신학용), “무인다운 기질과 국방철학이 확고한 것 같은데 변질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안규백)는 등의 호평이 나왔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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