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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펜타곤과 정보교류 잠정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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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폭로 여파로 미국 국무부가 정보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국방부와의 정보 공유를 잠정 중단했다.

 이번 정보 유출 경로가 군 내부 전산망인 ‘시프르넷(SIPRNet)’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군 정보 업무를 담당하면서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살상 비디오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 기밀을 폭로했던 브래들리 매닝 육군 일병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국무부 데이터베이스와 시프르넷 간의 연계를 잠정 중단했다”며 “이는 외교 공문에 대한 접속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국방부와 정보 공유 방식 개선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유엔 사무국이 밝혔다. 미 정부가 자신을 포함한 유엔 고위직들에 대해 정보수집을 해왔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동시에 위키리크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카자흐스탄 유라시아 대학 강연에서 “이번 공개로 인권운동가와 종교지도자, 반정부 인사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길퍼드대학 강연에서 “문건 공개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각국 정부가 미 외교관들을 대하는 자세가 더 신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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