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 관리들 올초 극비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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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북한 고위 관리가 비밀리에 한국에 망명한 사실이 30일 드러났다.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문서에 따르면 올 1월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방한 중이던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에게 북한의 혼란상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킹 특사가 유 전 장관과의 면담 결과를 요약해 주한 미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는 “유 장관이 ‘해외에서 근무하는 복수의 북한 고위 관리가 최근 한국에 망명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돼 있다. 문서 작성자는 특히 “유 장관은 이번 망명 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실임을 강조했다”는 주석을 덧붙였다.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 전 장관은 휴대전화가 수신 정지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는 고위 탈북자 망명에 대해 “신변보호 등 중요한 문제들 때문에 그들에 대한 내용을 확인해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해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7월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플루토늄 해외 수출 가능성에 대해 미국 측에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 장관은 “정권 교체기를 맞은 북한이 150일 전투가 끝날 무렵 또다시 ‘불장난’(3차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현금이 필요한 북한 정권은 핵 기술은 물론 플루토늄까지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반도 통일을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킹 특사와 만난 북한 전문가 5명은 "(북한 정권은) 1990년대 후반 세 건의 군사 쿠데타를 저지한 이후 공포정치와 국제 원조로 내부 반발을 통제해 왔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예영준·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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