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D 의심 가상의 북 선박 차단 … 서해서 첫 PSI 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해상에서의 한·미 연합 훈련 사흘째인 30일 양국군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차단·검색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은 이 북한 선박에 대한 운항 정보와 첩보를 입수해 선박에 정선 명령을 내리고 움직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국 군은 구축함과 전투기, 해상초계기, 링스 헬기 등이 엄호하는 가운데 차단 선박에 검색팀을 투입해 정밀 검색도 실시했다. 해군 관계자는 “선박 차단 훈련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서해상에서 WMD 차단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해가 북한 선박의 불법 무기 수출이 이뤄지는 해상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이번 연합훈련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으로 확대됐음을 뜻한다. 군 당국은 이번 WMD 차단 훈련이 유사시 북한의 전략물자 반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을 수립할 때부터 이 훈련이 계획됐다”며 “지난 7월 동해상에서 실시한 ‘불굴의 의지’ 훈련 때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양국군은 이날 훈련 규모와 범위를 전날보다 확대했다. 대공방어 훈련, 공중침투 및 대응훈련, 항모강습작전도 병행했다. 합참 관계자는 “특히 대공방어훈련은 전날보다 강도가 더 높았다”며 “전날 훈련이 소수의 전투기 공격에 대한 방어였다면 이날은 적기 수십 대가 동시에 출현할 경우를 대비한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1000개 이상의 공중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양국 이지스함의 레이더 시스템이 풀가동됐다. 이지스함은 적기 편대를 조기에 식별해 이를 양국 공군 전투기에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최정예 정찰기인 ‘조인트스타스’는 북한의 해안포·방사포 기지의 움직임을 감시하며 북의 도발 징후에 대비한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1일 군수보급 기동훈련과 항모호송 작전 등을 끝으로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고성표 기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WMD와 그 운반수단을 차단해 WMD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국제협력체다. 참가국들은 자국의 영해·접속수역에서 WMD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승선해 검색할 수 있다. 2003년 5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의 주도로 출범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