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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스페인은? … 시장 반신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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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요일인 28일(현지시간) 유럽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이후 6개월 만에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은 브뤼셀에 다시 모였다. 베를린과 파리, 브뤼셀 간에 수차례의 전화 회담도 이어졌다. 유럽 내 ‘도미노 재정위기’ 공포가 커지는 상황에서 월요일 아시아 시장 개장 전에 안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였다.

 결국 예상대로 850억 유로 규모의 아일랜드 구제금융안은 승인을 받았다. 또 2013년 이후에도 구제금융 등 재정안정 기능을 담당할 상설 재정안정기구도 그 골격을 드러냈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반짝 상승 뒤 다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5월 그리스 구제금융 결정 뒤 시장이 빠르게 반등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이미 시장의 시선이 아일랜드에서 포르투갈·스페인 등으로 옮겨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유럽 국채시장이다.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 등의 채권을 내다파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 국채의 금리는 1999년 유로화 출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오르고(가격 하락) 있는 상태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모건 스탠리의 경우 이미 몇 달 전 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 국채의 취급을 국채거래팀에서 위험자산 전담팀으로 옮겨놓았다. 한때 ‘무위험 자산’처럼 취급되던 서구 선진국의 국채들이 신흥국 국채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수차례 “외부 도움이 필요 없다”며 구제금융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4월 국채 만기가 몰려 있는 포르투갈의 경우 현재의 채권금리가 지속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르투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76.8%, 재정적자 비율은 9% 수준이다.

악셀 머크 미국 머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에 “투자자들은 포르투갈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국가가 앞으로 재정상황이 점점 나아질 것이란 걸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의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들에도 책임을 분담시키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달 들어 유럽 국채시장의 불안을 키운 요인이다. 28일 밤 두 나라가 서둘러 ‘유럽안정화메커니즘(ESM)’의 원칙에 합의한 것도 이런 불안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다. 이 문제는 당초 12월 EU 정상회의에서 다룰 예정이었다.

 상설기구에 대한 독일의 입장은 완강했다. 더 이상 납세자의 세금으로 재정 방만국들의 빚을 메울 수 없으니, 국채 보유자들에게도 책임을 지워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채권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이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 터져나왔다. 이탈리아 등 빚이 상대적으로 많은 나라들도 난색을 표했다. 결국 독일이 한발 물러섰다. 채권자들이 자동적으로 손실을 분담하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이 사안별로 손실 분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동의한 것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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