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정보망 ‘시프르넷’서 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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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들은 ‘시프르넷(Siprnet)’으로 불리는 미 국방부의 정보망에서 유출됐다. 이 시스템은 2001년 9·11 테러 뒤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어졌다. 부처 간 ‘정보 장벽’ 때문에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미국 외교관들은 국무부의 지침에 따라 시프르넷에 배포한다는 의미의 ‘시프디스’라는 꼬리표를 문서에 달아 ‘1급 비밀’을 제외한 외교전문을 이곳에 올려왔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 요원으로 활동한 브래들리 매닝(22) 일등병을 정보 유출자로 지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기밀누설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매닝도 각국의 미국 대사관이 본국에 활동 내용을 보고하는 전문에 접근이 가능했던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시프르넷 접속이 가능한 군인·외교관·일반 공무원의 수가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정부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자신이 정보를 빼돌리고 있음을 암시한 매닝을 체포하면서 위키리크스에 외교전문들이 넘겨졌음을 알아챘다. 이후 공개를 막기 위한 작업을 은밀히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의 대표인 줄리언 어샌지는 지난 7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립 지역에서 만나자는 미 국방부 관리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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