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吉日 좋아하는 중국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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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 9일 나는 집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이 다른 날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전혀 느끼질 못했다. 그
날 저녁신문과 이튿날 신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범상치 않은
날인 줄을 알았다.

이날은 '9'라는 숫자가 다섯 개나 들어있어 대길대리(大吉大
利)의 날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날 결혼한 청춘남녀들은 길일
의 덕을 노린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결혼등기소와 술집은
손님이 너무 몰려 비명이었다.

여기에서 나는 '황도일일(黃道吉日)'이라는 낡은 단어를 연상
하게 된다. 예전에는 청룡(靑龍)·명당(明堂)·금궤(金 )·천
덕(天德)·옥당(玉堂)·사명(司命) 등 '육진'을 모두 길한 신
(神)으로 여겼다. 이들 길한 신이 당직하는 날이 바로 길일이
라 무슨 일을 하든 흉사를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황
력(黃歷=책력)'에 기재된 것으로서 후대에 미신을 반대하는 사
람들에 의해 배척되었다.

몇 해 전부터 이 '황력(黃歷)'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것은 상인들이 돈을 벌려는 한낱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
의 사람들은 믿었지만 대부분이 이를 비웃었기 때문에 얼마 못
가 사라졌다.

근래 숫자 또는 동음어의 물체를 숭배하는 세태가 유행하고 있
다. 사람들이 어떤 길한 것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유행
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빠져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8'이나 '9' 같은 날과 '황도길일'과는 별로 다름이 없
다. '황도길일'이 사라진 후 더 '길하고 이로운(吉利)' 숫자가
나타났다면 현대인의 관념과 미개한 시대 조상들과 무엇이 다
르겠는가?

즐거운 생활을 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추구는
건강한 기초 위에 건축돼야지 소원만으로는 이루어지기는 어렵
다. 사실 1년 365일 어느 하루든 모두 길일이 될 수 있다. 필
자는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 9월 9일에 결혼한 사람들 가운데
백년해로하는 부부가 몇 쌍이나 되는지 알아보기를 권하고 싶
다.

이는 절대로 신혼부부를 비난하자는 뜻이 아니다. 그저 미신을
흠모하는 세태를 반대하는 것일 뿐이다. (王乾榮/北京靑年報)

* 본 정보는 한중경제교류중심 제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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