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발전기 국내 첫 제작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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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高油價)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체 에너지 원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성균관대.서울산업대 공동 개발팀은 최근 ''태양열 발전기'' 를 자체기술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빛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기는 있었지만 태양열을 이용한 것은 국내에서 첫 사례다. 이번 개발의 핵심은 지름 5m의 접시형 대형 집광시스템. 이 시스템에는 태양추적 센서가 부착돼 있어, 해의 움직임에 따라 최고 3백10도까지 접시형 집광판이 따라 움직인다.

"예비시험결과 집광기의 온도를 섭씨 8백도 이상 올릴 정도로 집열력이 뛰어났지요. 이 온도가 6백도면 발전 터빈을 돌릴 수 있으니까 전기생산 능력은 충분합니다. " 개발팀을 이끈 에너지기술연구소 강용혁박사의 말이다.

태양 빛이나 열을 이용한 발전은 풍력과 함께 상용화가 가장 유력한 청정에너지원 중 하나. "태양열 발전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최고 28%까지 전기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는 빛을 이용하는 태양전지(20%) 보다 높은 것이지요. " 태양 전지는 빛 입자(포톤) 가 반도체의 일종인 전지판을 때리면서 전기를 얻는다. 태양전지의 효율이 태양열 보다 떨어지는 것은 이 반도체의 효율이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양열을 집열하는 기존 장치는 전기를 얻는 데까지 이용할 수 없다. 태양 빛을 직각으로 오랜 시간 받아야만 발전이 가능할 정도의 많은 열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태양열 집열장치가 온수생산에만 사용된 것도 이 때문. 흔히 가정이나 소규모 공장의 지붕에 고정된 태양열 장치는 기껏해야 섭씨 80도 안팎의 온수만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태양열 집광시스템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발전용량은 5㎾ 규모. 이는 두 가구에 꾸준히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 분야 선두인 미국은 50㎾급의 상용화를 목전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에 지금까지 태양열 발전기술을 가진 나라는 호주.독일.스페인.포르투갈 정도.

"돈이 가장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반사경을 자체 기술로 만들어냈다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국.호주 등에서는 스테인리스와 유리를 결합시켜 이를 진공 처리해 반사경을 제작했는데 우리는 이번에 세계 처음으로 유리만을 정교하게 깎아 높은 효율의 반사경을 만들어냈으니까요. "
태양열 전문가들은 태양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은 기술적으로 10만㎾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용량은 대형 원전 1기의 10%에 해당하는 것. 이는 청정 대체 에너지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풍력을 이용, 발전 가능한 최대 용량과 엇비슷한 것이다.

개발팀은 당장은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통한 발전 단가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유가격이 1배럴당 30달러 선이면 충분히 경쟁해 볼 수 있다는 것. 또 지금이라도 디젤 발전기를 사용하는 섬이나 벽지라면 가격경쟁에서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개발팀은 국내 벤처기업과 손잡고 아시아.중동권에 수출도 타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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