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센터' 100여 곳 … 창업 인큐베이팅 기능도 겸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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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20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스마트워크센터 ‘이글루’ 내에 있는 게시판. 회사 소개와 구인·구직 알림이 붙어 있다(위쪽).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 ‘스페이시스’ 1층 휴게실.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아래쪽). [정보통신위원회]

지난 9월 말 유럽 주요 국가들의 스마트워크 현황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영국등도 나쁘지 않았지만 유럽 국가들 중 네덜란드의 인프라가 가장 뛰어났다. 네덜란드에는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민간 스마트워크센터가 운영되고 있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였다. 공식적인 스마트워크센터 이외에도 카페에 유ㆍ무선인터넷, 프린터ㆍ팩스 등 사무기기뿐 아니라 조그만 회의실을 갖춘 곳도 적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스마트워크센터 자체로 수익성을 추구하면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 ‘지속 가능한 저이산화탄소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형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스마트워크 체제 갖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남부 신흥 금융구역에 위치한 네덜란드의 대표적 스마트워크센터, ‘브라이트 시티(Bright City)’. 이곳은 창업 초기 기업들이 둥지를 트는 ‘인큐베이팅 센터’ 기능도 겸하고 있었다.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는 곳에 위치한 센터 입구는 주변 건물들과 달랐다. 건물에 들어서면 따뜻한 느낌의 백열등색 조명과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가 반긴다. 1층 전체는 식당과 소모임 공간, 교육공간으로 구분돼 있었다. 평범한 대학 식당이나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다. 비즈니스맨들이 고객이나 관련 회사와 상담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것으로는 네덜란드 최초란다.

브라이트 시티의 프로그램 매니저 겸 네덜란드 스마트워크센터 연합체 ‘더블 U(Double U)’의 의장을 맡고 있는 안네마리에 반돈을 만났다. 그는 “더블 U의 홈페이지에서 전국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예약할 수 있고 가장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며 “첨단 정보기술(IT) 기기가 마련된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업무를 처리하면 교통량도 줄이고 업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돈은 “단순임대ㆍ장기임대ㆍ회원제ㆍ독립사무공간 등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라이트 시티를 떠나 다음으로 간 곳은 네덜란드 스마트워크센터 중 가장 우수한 곳이라는 ‘스페이시스(Spaces)’였다.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있는 이 센터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120명의 회원이 매달 각각 110유로를 내고 개인 사무공간과 회의ㆍ접대공간ㆍ식당ㆍ인터넷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 중엔 패션이나 멀티미디어 광고, 웹 광고 등 패션 및 인터넷 관련 교육생이나 업체가 많았다. 이들은 센터에서 개인 업무뿐 아니라 비슷한 경험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스터디 모임을 만들거나 정보 교환도 한다고 했다. 센터 1층에는 개인 사무공간과 휴식공간·회의실 등이 있었고, 2층에는 사무실 장기 임대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이 있었다. 센터 이용자들은 우편ㆍ출장ㆍ회의예약 같은 개인 비서 관련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남서쪽으로 60㎞ 떨어진 행정도시 헤이그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올 6월 문을 연 스마트워크센터 ‘이글루’가 있다. 센터가 있는 건물에 들어서자 깔끔한 입간판에 ‘이글루, 전문직을 위한 공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센터 책임자인 대니 루슨은 “이곳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형성과 창의적인 업무공간, 시설 제공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조성ㆍ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시스와 마찬가지로 회원제로 운영되며 60여 명의 회원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 회원들은 프리랜서, 1인 기업, 그래픽디자이너 등 IT 분야의 주로 젊은 전문직 종사자였다.

네덜란드에 스마트워크센터가 처음 생긴 것은 2008년이다. 암스테르담은 출퇴근 시간이 되면 여느 대도시 못지않게 교통 혼잡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시정부는 국제적 환경 이슈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교통 혼잡도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스마트워크사업을 생각해냈다. 시는 첫 작품으로 인근 위성도시 알메르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세웠다. 하지만 실패했다. 알메르와 암스테르담을 이어 줄 대중교통이 없어 시민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시정부는 알메르의 실패를 교훈 삼아 ABN암로ㆍ시스코 같은 대기업을 끌어들여 스마트워크사업을 추진할 비영리단체 ‘더블 U’ 재단을 설립했다. 더블 U 재단은 기업과 스마트워크 수요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해 네덜란드 전역으로 스마트워크센터 확장을 주도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기존 민영 비스니스센터 시설을 보강해 탈바꿈시켰다.

현지의 스마트워크센터 책임자들은 성공요인으로 첨단 시설 외에 센터 운영을 위한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고객이 1인 또는 소규모 기업임을 고려해 고객들 간 또는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소셜 네트워크 강화가 스마트워크센터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해 수익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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