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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 북한 도발할라” 백령·연평 주민들 대피 서둘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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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03면

28일 연합훈련을 앞둔 서해 5도 섬 지역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오후 연평도 주둔 해병대는 북한의 재도발에 대비해 대응태세를 격상했다. 이날 오후 해병이 주둔하고 있는 연평도 마을 뒷산을 비롯, 섬 곳곳에서는 작전 지역으로 이동하는 듯 탱크가 속력을 낼 때 생기는 ‘그르릉’ 하는 굉음이 계속 울렸다. 해안 곳곳의 벙커 주변에는 5∼6명의 병사가 긴장된 모습으로 북측 육지와 인근 바다를 감시했다. 섬 안 주요 도로와 북측 해안진지인 개머리 반도가 바라보이는 전망대와 백사장은 대부분 출입이 통제됐다.

연평도 주민들은 대피 준비에 들어갔다. 최철영 연평면 상황실장은 “오늘 오전 3개 대피소 정비를 마쳤다. 오후에 나머지 16개를 마저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담요와 난방기구ㆍ구급약품ㆍ비상식량 등을 대피소에 넣고 전기·통신시설도 갖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평도 내 33∼99㎡ 크기의 19개 대피소는 1974∼75년 지어진 낡은 시설이다.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에는 별다른 준비가 갖춰지지 않아 대피한 주민들이 추위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한전 연평도발전소는 인근 대피소에 본부를 차리고 배전반 등 통제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발전소 관계자는 “재공격이 있다면 발전소 등 주요 시설이 목표가 되기 쉽다”며 “훈련 기간 동안 발전소에는 최소 인원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대피소에서 대기하며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했다.

우체국 등 다른 관공서 직원들도 훈련 기간에는 대부분 대피소로 향할 전망이다. 하지만 33명이 근무 중인 연평파출소는 훈련 기간에 치안 유지 활동을 정상적으로 한다. 파출소 관계자는 “아직 아무 일도 없는데 주민보다 먼저 대피할 수는 없다”며 “일단 일상 순찰 활동을 계속하다 문제가 생기면 주민 대피를 돕겠다”고 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도 이날 대피소 시설 일제점검 등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백령면 관계자는 “별도 대피훈련은 없었지만 면 직원들이 총동원돼 섬 내 65개 대피소에 스티로폼과 담요ㆍ양초ㆍ물 등 최소한의 물자를 보충했다”고 말했다. 마을 안과 포구는 인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했다. 26일 오후부터 날씨가 나빠지면서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이 끊긴 데다 민간 어선 조업 허가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령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면사무소 이장 회의에 참가한 한 이장은 “대피소가 있긴 하지만 너무 오래된 탓에 믿을 수 없다”며 “제2의 연평도 사태가 백령도에서 일어나기 전에 안전한 방공호를 다시 파든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 영업을 하는 변동길(52)씨는 “여긴 연평도와는 다르다. 북한이 백령도에 (포를) 쏘면 끝장이다. 인구만 5000명쯤 되고, 군인이나 공사인부 등 외지인까지 하면 1만 명은 되는데 방공호는 너무 오래돼 있으나 마나”라고 했다. 그는 “방공호에 들어가 봤자 다 죽는다. 포탄이 주변에 떨어져도 진동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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