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정직하게 살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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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호 24면

윤윤수 회장

Q.휠라이탈리아는 경영자 기업인수(MBO) 방식으로, 휠라코리아와 휠라 본사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들 인수합병(M&A)에 성공한 비결이 뭔가요? M&A 협상에서 먹힌 윤 회장의 자산이 무엇입니까? 해외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축했나요? LBO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경영구루와의 대화<4>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③

A.2003년 MBO(Management Buy Out) 방식으로 미국 서버러스캐피털의 자본을 끌어들여 휠라이탈리아 지분을 100% 인수했습니다. 이탈리아 기업이 미국인의 손에 넘어간 거죠. 2005년엔 LBO(Leveraged Buy Out)를 통해 휠라코리아 지분을 100% 확보했어요. 휠라그룹에서 독립한 겁니다. 이로써 봉급 받는 한국지사 사장이었던 저는 현지 법인 오너가 됐습니다. 2007년엔 LBO 방식으로 휠라 글로벌 본사를 인수했습니다.

MBO는 경영진이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전체 또는 일부 사업부, 경우에 따라서는 그 계열사를 인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의 경영자가 인수하기 때문에 경영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경영자도 지분 참여를 하지만 투자금액이 금융회사의 투자 규모보다 적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휠라이탈리아를 인수할 땐 사모펀드인 서버러스캐피털이 인수자금을 댔습니다. 돈을 투자하는 금융회사는 실물경제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인수 후 경영을 제대로 할 경영자를 필요로 하죠. 휠라이탈리아 인수 당시 핵심 경영진은 저와 미국 법인 사장·부사장이었습니다. 투자회사는 흔히 투자금을 빨리 뽑기 위해 부동산·설비 등의 유형자산을 팔아 치우고 보통 3년 이내에 지분을 매각합니다. 경영진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영 성과를 요구하며 스톡옵션을 주겠다고 하죠.

경영자가 MBO를 시도하려면 뚜렷한 경영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MBO 팀에 발탁됩니다. MBO는 투자회사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M&A입니다.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합니다. 그래서 자기자본이 적더라도 M&A를 시도할 수 있죠. 휠라 본사 인수는 두 단계를 거쳐 이뤄졌습니다. 인수와 인수 후 구조조정이죠. 제가 인수의 주역이 된 것은 과거 휠라코리아를 경영하면서 소싱을 잘했고 서버러스 측과 MBO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M&A 협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대차대조표를 잘 들여다보고 회사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입니다. 피인수 기업의 자산과 부채 내역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다음으로 숨은 리스크를 체크해야 합니다. 소송 현안, 구조조정과 관련한 법제 같은 것들이죠. 이런 숨은 리스크는 아예 떠안지 않는 게 최선입니다. 파급 효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협상을 할 때 기지를 발휘해 돈을 더 줄 테니 빼자고 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피인수 기업이 맺은 각종 설비의 리스 계약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어쨌거나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배제하고 계약을 하는 게 바람직해요. 이런 관점에서 많은 인력을 전원 고용 승계할 땐 충분히 가격을 깎아야 합니다. 이 역시 그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죠.

LBO에 리스크가 따르는 건 맞습니다. 거금을 빌려 하기 때문에 인수 후 피인수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집니다. 재정적으로 불안정해져 신용 리스크도 커지게 마련이죠. 이래 저래 피인수 기업을 회생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휠라 브랜드를 시장별로 쪼개 자본화한 겁니다. 라이선스 계약 기간의 평생 연장과 절반의 선로열티를 맞바꾼 거죠. 브랜드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비즈니스의 특수성에 대한 나름의 통찰이었죠. 브랜드 비즈니스는 사실상 유형자산이 없는 사업입니다. 실체가 없는 트레이드 마크가 자산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이것을 팔겠다고 시장에 내놓으면 비즈니스가 급전직하,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습니다.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불안하니까 하나 둘 회사를 떠납니다. 그래서 트레이드 마크를 매각하는 협상은 그 밸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합니다. 일반적인 M&A 거래는 우선협상 대상자가 결정되면 두 달간의 실사를 거친 뒤 두 달 동안 자금을 조달합니다. 서버러스 측은 시간이 이만큼 흐르면 제값을 못 받을 것 같으니까 저에게 신속타결을 제안했습니다. 인수에 참여한 세 업체 중 가격은 가장 낮게 써냈지만 틀림없이 인수할 사람이라고 판단한 거죠. 그쪽 입장을 잘 아니까 저도 실사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의 M&A 협상에서 저의 자산이 된 것은 입증된 경영 성과와 업계의 평판이었습니다. 국내외 스포츠 브랜드 비즈니스 세계에서 “미스터 윤은 믿을 만하다”는 평판을 쌓은 것이 이 일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평판이 좋은 사람은 신뢰할 수 있죠. 또 하나의 자산은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아이디어입니다. 저는 금융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MBA도 안 했지만 M&A 협상을 하면서 금융 전문가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하고 성실한 삶의 자세입니다.
해외 네트워크는 상사맨을 거쳐 외국계인 제이씨페니 구매회사에 6년 근무하면서 구축하게 됐습니다. 지인에게서 그의 지인을 소개받는 식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죠. 만나는 사람마다 관계에 실패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속이면 네트워크가 단절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네트워크를 타고 전이됩니다. 해외 비즈니스에서 남을 속이는 건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첩경이죠.

휠라의 북미 지역 라이선스 사업자(라이선시)로 저와 고락을 함께한 호머 알티스라고 있습니다. 오래전 그가 ‘세상을 가장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정직하게 사는 것’이라고 자문자답했습니다.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파트너든 바이어든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게 사는 길이라는 거죠. 그와 10년 이상 같이 일했는데, 그 사람은 진짜 그렇게 살았고 큰돈을 벌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에게 몸으로 가르쳐 준 분이죠.



기획·정리=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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