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날씨, 건강, 경제 예측이 점성술서 시작됐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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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거의 모든 것의 미래
데이비드 오렐 지음
이한음 옮김
리더스북
540쪽, 2만5000원

제목과 달리 예측의 미래를 예상한 책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석기시대 때부터 미래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지대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으니 당연했으리라. 그 덕에 신탁이나 점성술, 점이 성행했고, 제사장이며 신관 등이 대우를 받았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가올 겨울, 혹은 여름의 기상 장기예보에 기업들이 춤추고, 질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유전자 정보 탐색·검색이 성행한다. 뿐인가. 주가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치부의 길을 알려준다는 일로 밥 먹는 전문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거 다 소용 없단다. 적어도 캐나다의 과학저술가인 지은이에 따르면 그렇다. 그런데 예측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책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지은이는 날씨 예보, 유전자 정보에 기초한 질병 예측, 경제 예측을 예로 들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허구인지 보여준다.

 이를테면 이렇다. 날씨 예측을 위한 변수는 습도·기압 등 약 1000만 개가 넘는단다. 더구나 이것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수시로 변하기에 용량과 속도가 제 아무리 뛰어난 수퍼컴퓨터가 있어도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질병 예측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유전자만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도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 예컨대 주가 예측은 말할 것도 없다. 연말 배당을 노려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가 1월이면 팔아버리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1월 효과’가 있다 치자. 투자자들이 싼 값에 주식을 사기 위해 몰려들므로 주가가 올라 ‘1월 효과’가 사라지니 그런 전망은 무용해진다는 설명이다.

 수학방정식으로 범벅이 된 ‘모형’에 관한 맹신은 르네상스 이후 과학의 발달에 따라 기계론적 결정론이 득세하면서 생겨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날씨 예보가 틀리는 이유로 흔히 ‘나비 효과’를 든다. 아마존의 나비들 날갯짓에 미국에 허리케인이 올 수 있듯이 자그마한 변수가 중대한 결과를 빚기에 예측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옥스포드 대학에서 예측모형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그는 측정값의 오차가 불확실한 미래예측의 원인이 아니란다. 아예 대기·인체·주가의 변화를 수학방정식으로 포착하려는 ‘모형’ 자체가 오류의 원인이라 주장한다.

 지은이는 실제 이 같은 설명을 과학전문지에 실었으나 학계의 냉대만 받았다. 그는 원인으로 ‘고착효과’를 들었다. 전문성을 자랑할 수도 있고 ‘시장’도 크니 그런 이론이 뿌리를 내려 이론(異論)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들고 일어설 일이지만 지은이는 ‘모형 이론’의 오류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유용성은 인정한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을지라도 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미래의 생존 가능성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한데 날씨, 건강과 성격, 경제에 관한 전망이 모두 점성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김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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