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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법적 논란 종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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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헌법재판소는 25일 민주당 정세균 의원 등 국회의원 85명이 낸 미디어법 관련 2차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4(각하) 대 1(기각) 대 4(인용)로 기각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미디어법을 놓고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법적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헌재는 이날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한 위헌·위법성을 어떻게 제거할지는 국회 자율에 맡길 사안이며 헌재가 구체적인 실현 방법까지 선택해 (이를 어긴 경우)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재가 ‘미디어 관련 법안 투표 과정에서 권한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는데도 국회의장이 이를 시정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헌재는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미디어법 가결·선포 행위의 무효를 확인해 달라”는 야당 측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권한침해’ 결정의 효력 놓고 법리 공방=‘4 대 1 대 4’란 결과가 보여주듯 재판관들은 막판까지 인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지난해 10월 헌재가 밝힌 ‘권한침해’ 결정의 효력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였다.

 각하 의견을 낸 이공현 재판관 등 4명은 “헌재가 권한침해만 확인하고 무효 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않은 만큼 국회의장에게 위헌·위법성을 제거하는 적극적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봤다. 김종대 재판관의 경우 심판 청구에 대해선 적법하다고 봤으나 “위헌·위법성을 어떻게 제거할지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란 취지에서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인용 의견을 낸 조대현 재판관 등 4명은 “국회가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재 결정을 무시한 채 표결권 침해 상태를 계속 존속시키는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기각 의견이 재판관 아홉 명 중 한 명뿐인데도 최종 결론이 기각으로 나온 이유는 헌재의 심판 방식 때문이다. 이번에 네 명이 각하 의견을 냈기 때문에 나머지 다섯 명이 본안 심사를 했다. 이들 가운데 인용 의견이 네 명으로 정족수(전체 재판관 수의 과반)에 못 미쳐 기각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종편 연내 선정 확실시=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종합편성(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승인 작업을 진행 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큰 짐을 벗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세부심사기준안을 의결하고 사업 공고를 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종편 선정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뤄야 한다”며 논의 일부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적 논란이 종식된 만큼 종편·보도채널 선정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태희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헌재에서 최종적으로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림에 따라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위원회는 지금까지대로 종편 심사와 관련된 일정을 차질 없이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장 다음 주부터 심사위원회 구성 방안 등이 담긴 심사계획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틀 동안 종편·보도채널 승인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서류 보정과 검증, 시청자의견 접수, 심사위원회 운영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12월 말 사업자 선정이 유력하다.

 한편 여야는 헌재의 기각 결정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국회에서의 결정과 그 과정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사사건건 법원이나 헌재로 끌고 가는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정치적 쟁점이 있는 경우 항상 애매한 판결로 일관해온 헌재가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이제 헌재의 결정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헌재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상복·전진배·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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