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1조2000억 예금 증빙자료 모레까지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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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현대상선 프랑스법인 명의의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에 대한 증빙자료를 28일까지 보완해 달라고 현대그룹 측에 요구했다. 주주협의회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3일 현대그룹이 낸 소명자료가 미흡해 보완을 요청했다”며 “현대그룹이 제출하는 추가 증빙자료를 받아본 후 주주 협의를 거쳐 앞으로의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협의회가 이런 요구를 한 것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자금조달 내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이 어떻게 조성됐느냐다. 현대그룹은 지난 23일 주주협의회와 매각주간사에 “1조2000억원은 대출을 받은 것으로 계열사가 자산이나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출처에 문제가 없는 돈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대출계약서는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이 보완자료를 내지 않았을 때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노조와 시민단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이날 현대건설의 2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에 보낸 공문에서 “29일까지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통보해주지 않으면 공익감사·정보공개 청구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익감사는 공익에 관련된 사항에 대해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내고 “인수자금 논란이 향후 법적 문제를 야기하거나, 현대건설 및 현대그룹의 부실로 이어질 경우 주주협의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이미 정해진 규정과 법에 따라 정당한 평가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규정에 없던 내용을 가지고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입찰규정에 따라 주주협의회는 즉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며 “MOU에 근거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자료에 대해선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배·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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