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슈바브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인터뷰 전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클라우스 슈바브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인터뷰 전문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 대해 평가하면.

“G20 비즈니스 서밋은 성공이었다. 재계가 전체 G20 회의의 핵심 부분이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여한 각국 정상과 120명의 재계 지도자들은 G20 비즈니스 서밋을 시작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비즈니스 서밋을 G20 회의의 상설 행사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 발맞춰 비즈니스 서밋을 상설화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글로벌 경제를 되살린다는 현재의 긴박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등 장기적 이슈의 해결에 있어서도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지구촌 문제들은 복잡하며 서로 연관돼 있다. 따라서 정부 또는 기업 단독으로는 풀 수 없다. 이들 문제는 필연적으로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가 겪었던 경제 위기는 글로벌 상호 의존성과 국제 경제와 사회의 상호 연결성을 보여줬다. 즉 경제는 독립적이거나 자기 봉쇄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직면한 근본적 문제들의 해법을 찾으려면 재계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이해한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 재계를 포함시킨 그의 결정은 분명히 칭송 받을 만하다. G20 비즈니스 서밋이 G20 정상회의의 더 나은 성취를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되길 바란다.”

-G20 비즈니스 서밋이 앞으로도 G20 정상회의의 아젠다를 설정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비즈니스 서밋은 G20 회의의 전반적인 논의에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하는 프레임워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G20 정상회의 합의를 이행하는데 있어 민간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비즈니스 서밋의 권고사항은 G20 실무그룹에 전달해 반영하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G20 비즈니스 서밋과 정상회의의 연결고리는 이미 만들어졌다. 더 넓은 수준에서 정부와 기업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재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비즈니스 서밋은 정부기업 양 측에 정부민간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기업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지나치게 내부 문제에 함몰돼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 프랑스와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비즈니스 서밋을 열 것으로 예상하나.

“물론이다. 비즈니스 서밋은 G20 회의가 앞으로 나가는데 핵심 부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G20 회의에서 보았듯 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재계의 권고와 관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확히 지적했듯 재계는 글로벌 경제 회생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들은 비즈니스 서밋이 G20 회의에 가져오는 중요성과 가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포럼(WEF)는 국제상공회의소(ICC)맥킨지연구소오 함께 비즈니스 서밋을 G20 회의에 통합하는 걸 지지한다.”

-서울 G20 회의의 성과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G20 토론이 경제 위기에 대한 즉각적 대응 단계에서 위기 이후 논의 단계로 발전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 위기는 구조적인 것이다. 글로벌 정치 경제와 사회의 광범위한 기능 부전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근본적 문제들을 단지 한 번의 만남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서울 G20 회의에서 개발과 무역, 국제통화기구(IMF) 개혁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서울 G20 회의는 세계 경제를 되살리고 2년 전과 같은 금융 붕괴를 막기 위해, 위기 이후 세계에서 새로운 거버넌스와 다국적 리더십 모델을 만드는 유망한 기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세계 경제의 불균형은 서울 G20 회의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1년 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렸던 G20 회의의 성과 중 하나는 무분별한 무역 보호주의를 배격했다는 점이다. 이는 서울 회의에서도 유효했다. G20 국가들과 세계는 교역과 글로벌 경제 성장을 막는 보호주의 조치를 계속해서 배척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과거 저지른 잘못에 대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지도자들은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궁리해야 한다. 이러한 재설계는 금융위기 이전의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버리고 지속 가능하며 평등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성취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를 성취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위기 이전과 똑 같은 퇴행적 패턴으로 돌아갈 것이다.”

-서울 G20 정상회의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 시스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 11월 프랑스 칸 G20 회의에서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서울 합의문은 각 국들이 자국의 통화정책을 재평가할 수 있도록 숨쉴 수 있는 여지를 줬다. 그러나 이는 국제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단기적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적 차원의 무역자유화 방안인 도하개발라운드(DDR)를 마무리하는 것이 불균형 시정을 위한 바른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국가들은 경제적 성장의 핵심인 장기적 경쟁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이 좋은 예이다. 그린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오늘날의 경제 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미래의 경쟁력과 번영을 이끌 것이다.”

-서울 G20 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가 논란이 됐다.


통화전쟁을 회피하고 G20 등에서 협의를 지속해 합의를 이루는 것은 균형 잡힌 접근법을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세계화되고 상호 연결된 국제 경제체제에서 우리는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각 국의 정당한 이해와 걱정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안정되고 번영하는 중국을 원하는 만큼이나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미국 경제의 부진과 비교된다. 두 나라가 세계 영향력 확대를 위해 경쟁한다는 시각이 있다.

“중국과 미국의 미래는 불가피하게 서로 연결돼 있다. 두 나라의 운명은 다양한 수준에서 연결돼 있는 만큼 강한 파트너십이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 권력의 추가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미 경제가 쇠퇴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경제이며 글로벌 거버넌스 관점에서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이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전보다 더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다극적 세계이다. 미중을 포함한 각 국은 이러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더욱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뿐 아니라 기후변화테러전염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구촌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그렇다. 전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이 필요해졌다.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복잡하고 서로 연관돼 있는 만큼 다자가 참여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계경제포럼과 G20 회의와 같은 틀이 필요하다.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집단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이 필수불가결하다. 우리는 누가 이기면 다른 사람이 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택하고 있다. 상호 의존적 글로벌 경제에서 한 국가의 성공이 모든 국가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세계화를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 경제 위기가 보여줬듯 일이 잘못되면 모든 사람이 영향 받는다. 세계화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한국 정부가 G20 비즈니스 서밋을 성공시킨 것에 대해 축하하고 싶다. 한국은 비즈니스 서밋을 포함시킴으로써 G20 회의에서 엄청난 기여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