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비즈니스 서밋, 세계 경제성장 핵심 역할 맡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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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비즈니스 서밋을 포함시킴으로써 엄청난 기여를 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바브 회장(72·사진)은 중앙일보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성공적”이라며 “G20 회의에 재계를 포함시킨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은 칭송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처음 도입된 G20 비즈니스 서밋은 지난 11일 서울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슈바브 회장도 참석했다.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도출된 보호무역 저지와 내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타결 등의 권고안은 G20 정상회의에 전달돼 최종 합의문에 반영됐다.

슈바브 회장은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집단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며 “세계가 당면한 복잡하고 상호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자가 참여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 대통령은 G20 비즈니스 서밋 상설화를 제안했다.

 “글로벌 경제를 되살린다는 현재의 긴박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은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 등 장기적 이슈 해결에도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경제는 독자적이거나 폐쇄적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직면한 근본적 문제들의 해법을 찾으려면 재계 참여가 필요하다.”

 -G20 비즈니스 서밋이 앞으로도 G20 정상회의의 어젠다를 설정할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 비즈니스 서밋은 G20 회의에 재계 목소리를 반영하는 틀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G20 정상회의 합의 내용 이행을 위한 민간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비즈니스 서밋의 권고사항을 G20 실무그룹에 전달, 반영하게 했다. 더 넓은 수준에서 정부와 기업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재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 G20 회의 성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 G20 회의가 경제 위기에 대한 즉각적 대응 단계에서 위기 이후 논의 단계로 발전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 위기는 구조적인 것이다. 이런 근본적 문제들을 단지 한 번의 만남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서울 G20 회의에서 개발과 무역,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같은 중요 이슈에 대한 논의가 진전했다. 그럼에도 서울 G20 회의는 세계 경제를 되살리고 2년 전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위기 이후 세계에서 새로운 거버넌스와 다국적 리더십 모델을 만드는 기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서울 G20 회의에서 세계 경제 불균형이 중요 문제로 부각됐다.

 “세계 지도자들은 글로벌 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궁리해야 한다. 이러한 재설계는 금융위기 이전 비합리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버리고 지속 가능하며 공평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서울 G20 회의는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제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11월 프랑스 칸 G20 회의에서 논의한다고 했다.

 “서울 합의문은 각국이 자기 나라 통화정책을 재평가할 수 있도록 숨쉴 여유를 줬다. 그러나 이는 국제 무역 불균형 시정을 위한 단기적 해결책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각국이 경제 성장의 핵심인 장기적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이 좋은 예다. 녹색기술 분야 투자는 오늘날의 경제 회복과 미래의 경쟁력·번영을 이끌 것이다.”

 -서울 G20 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가 제기됐다.

 “통화전쟁을 피하고 G20 회의 등에서 계속 협의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세계화되고 상호 연결된 국제 경제체제에서 우리는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각국의 정당한 이해와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 국제 사회가 안정되고 번영하는 중국을 원하는 만큼 중국도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길 바란다.”

 -중국과 미국이 패권 경쟁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중국과 미국의 미래는 서로 불가피하게 연결돼 있다. 두 나라의 운명은 다양한 수준에서 연결돼 있는 만큼 강한 파트너십이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 세계 경제의 추가 서방에서 동방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쇠퇴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제일 경제대국이며 글로벌 거버넌스 관점에서 필수불가결한 파트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전보다 더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다극적 세계다. 미·중을 포함한 세계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정재홍 기자

◆세계경제포럼(WEF)=저명한 기업인·정치인·경제학자·언론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회의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바브가 1971년 만들어 비영리 재단 형태로 운영하며 회장을 맡고 있다. 81년부터 매년 1월이나 2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이라고도 한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WEF는 연차총회와 함께 지역별·산업별 회의를 운영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나 G20 정상회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클라우스 슈바브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인터뷰 번역 전문

▶ 클라우스 슈바브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인터뷰 영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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