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황당 뉴스 5] 아프간 골프선수 4R 마치고 나니 … 179오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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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폐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아시아 45개국 1만5000여 명의 선수가 476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어난 황당 사건을 정리해 봤다.

주말 골퍼보다 못한 실력이지만 “프로선수가 꿈”이라고 말한 알리 아마드 파젤. [광저우 AP=연합뉴스]

◆179오버파…주말 골퍼?=아프가니스탄 알리 아마드 파젤(19)은 골프 남자 개인전에서 출전 선수 75명 가운데 최하위였다. 기록은 4라운드 합계 179오버파(467타)였다. 라운드당 약 45오버파, ‘머리를 갓 올린’ 아마추어 비기너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금메달을 따낸 김민휘(18·한국)에 무려 194타나 뒤졌다. 그는 “잔디에서 처음 치다 보니 익숙지 않았다. 며칠 지나고 나서야 적응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또 “앞으로 5년 이상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골프 감독은 “카불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작지만 괜찮은 골프장이 있다. 모래로 된 골프장인데 2년 내에 잔디가 깔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3위 하고도 동메달 못 받다=한국의 황선옥과 전은희는 볼링 여자 2인조 경기에서 3위에 올랐다. 그러나 두 선수 대신 4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 2위도 한국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1998년 방콕 대회부터 한 국가가 한 종목의 금·은·동메달을 독식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황선옥과 전은희는 동료에 밀려 동메달도 못 받고 메달을 따면 주어지는 연금 점수도 받지 못했다.

◆배트 1개 돌려쓴 몽골 야구팀=몽골 야구팀은 나무 배트 1개만 챙겨들고 대회에 참가했다. 그것도 훈련 때나 쓰는 펑고용이었다. 자국에서는 알루미늄 배트로 훈련을 한다고 했다. 결국 한국 등 다른 나라 팀들이 십시일반으로 배트를 모아 몽골팀에 전달하면서 제대로 경기를 치렀다. 출전 엔트리는 24명이지만 몽골 대표팀은 12명에 불과했다. 대회 참가 경비를 아끼기 위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광저우까지 꼬박 이틀 동안 기차를 타고 온 몽골팀은 예선 3경기에서 64점을 실점하면서 단 1점도 얻지 못했다.

◆드래건보트에 붙은 따개비=처음으로 채택된 이색 종목 드래건보트에서 한국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남자 1000m 결승에서 3위를 한 한국은 초반 스피드가 나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겨 경기 후 배 아래를 살펴봤다. 웬걸, 수많은 따개비가 잔뜩 붙어 있었다. 따개비는 배의 가속에 영향을 줘 이를 제거한 뒤 경기를 치른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각 팀이 자기 배를 갖고 온 게 아니라 조직위가 레인에 배정한 배를 타야 했다. 예선에서 1위를 한 한국은 동메달에 그친 후 주최 측에 항의했지만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게 왜 예선 1위를 했느냐.”

◆소녀시대가 사과해도 소용없어=대만 태권도 스타 양수쥔은 여자 49㎏급 1회전에서 9-0으로 앞서다 종료 12초 전 몰수패를 당했다. 발뒤꿈치에 허용되지 않은 장비 착용이 이유였다. 실격패를 선언한 세계태권도연맹 양진석 사무총장이 타깃이 돼 대만에서 순식간에 반한 감정이 일었다.

와중에 걸그룹 ‘소녀시대’가 억울하게 불똥을 맞았다. 대만의 일간지 차이나타임스는 18일 홈페이지에서 이 소식을 전하며 “소녀시대가 와서 사과해도 소용없다”는 자막까지 띄웠다.

광저우=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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