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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임동원 통일부 장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유예)
선언과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및 페리보고서 공개로 북미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커졌다.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은 이같은 흐름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대북 정책 프로그램을 짜고 미국·일본측 핵심 정책관계자들을 만나 정책을 조율해왔다.

林장관을 박보균(朴普均)
중앙일보 정치부장이 만나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추진방향과 남북관계 전망을 짚어봤다.장관 취임 5개월만에 언론과 가진 첫 단독 인터뷰다.
林장관은"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는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긴 여정(旅程)
의 시작"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예선언(9월25일)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과연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킬것인가'에 쏠려있습니다.북한의 약속을 믿을만하다고 보십니까.
"북한이 그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요구해온 것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입니다.핵(核)
무기나 미사일을 협상카드로 이용하려는 행태도 이때문이죠.북한의 국제적 고립이나 절망적인 경제상태로 볼때 여기에 호응해오지 않을수 없을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경우에 따른 다른 대책도 다 마련돼 있습니다.페리보고서에는 합리적으로 고려할수 있는 모든 조치들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북한이 베를린회담 타결로 얻을수 있는 실질적 이익은 어느정도라고 판단하십니까.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관계 해소,경제제재 해제효과,국제사회 참여기회 같은 정치적·상징적 이득을 얻게 될겁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압살정책을 취한다고 저항해왔는데,관계정상화가 된다면 이는 바로 북한의 생존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식량 몇t이 문제가 아닙니다"

-페리보고서에 담긴 한·미·일 3국 대북권고안의 우리측 연출자로서 어려웠던점은 어떤것입니까.
"초기에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 해결에만 치중했던게 가장 어려웠던 점입니다.이 때문에 지난 1월말 워싱턴에서 페리조정관과 미국정부에 김대중대통령의 구상을 설득하고 미국의 이해·공조를 구했습니다. 결국 페리조정관팀도 포용정책과 포괄적 접근으로 북한과 관계개선을 해나갈때 대량살상무기 위협도 제거될수 있고 한반도 냉전도 종식시킬수 있다는 우리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마침내 4월에 한·미·일이 우리의 포용정책에 바탕을 둔 공동제안을 마련했을때 대단히 기뻤습니다"

-한·미·일의 대북접근에서 일본의 역할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은 한반도문제 해결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싶어했고,페리 제안에 동참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3국의 공조가 가능해졌습니다.한·미·일은 조율된 범위안에서 자기 국가이익을 추구하면서 각각 협상을 해나갈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미국과만 상대하면서'곶감(실리)
을 빼먹을때만 남쪽과 대화하는'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
자세를 계속 취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시는지요.또 미국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이면합의를 해줬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특별히 비밀스러운 이면합의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과거의 행태로 볼때 북한이 한·미사이에서 이간책동을 할 가능성은 물론 있습니 다.슬기롭게 대처해야죠. 그러나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비해 많이 앞서 나가있는 상태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이제 시작단계인 북·미관계가 앞으로 진전됨에 따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북당국간 회담은 언제쯤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지난 6월 차관급회담이 서해교전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입니다.그러나 우리는 언제든지 남북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민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당국간 대화를 실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합니다. 북한도 이미 지난 2월 올해안에 고위급 정치회담을 열자는 제의를 해온바 있습니다.상호의존도가 높아갈수록 북한도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올해안에라도 남북대화 재개가 가능합니까.또 지난6월 차관회담때처럼 비밀창구가 다시 개설되고 있는겁니까.
"현재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상황은 아닙니다.막후교섭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수 없고…….뭐라고 얘기해버리면 그것은 이미 비밀접촉이 아니죠(웃음)
"

-백남순(白南淳)
북한외상도 최근 미국방문중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언급했습니다만,정상회담 추진구상은 어떻습니까.정상회담과 관련해 김대중대통령의 특명은 없으셨는지요.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자면 언제든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그러나 다른일을 제쳐놓고 정상회담에만 치중하거나 서두른다는 것은 아닙니다.정상회담이 열린다해도 성과가 있어야지 그냥 악수만 하고 진전없는 대화만 나눈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실망이 클지도 모른다는게 우리의 생각입니다"

-이산가족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실 작정입니까.
"정부는 남북당국간 해결노력과 함께 제3국 상봉을 활성화하는 이원적인 접근법을 구사해왔습니다.이를테면 가족상봉시 80만원,생사확인은 40만원의 경비를 지원합니다. 그 결과 국민의 정부 출범후 지난달까지 생사확인은 7백69건,상봉은 2백53건을 기록했습니다"

-일부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고,그 핵심은'받는것 없이 주기만한다''우리가 주는것이 안보위협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응징하고,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 일방적 시혜만 베푸는건 아닙니다. 현대의 금강산사업은 기업의 자율판단으로 투자하는건데,민간부문의 상업거래까지 정부가 해라마라 하는 것은 정경분리 정책에 모순되는 것입니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북방한계선(NLL)
과 주한미군 문제를 놓고 견해차가 있는것처럼 비춰져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장관께서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의 지휘체계와 팀웍에 이상은 없습니까.
"새정부들어 제도적으로 마련한 좋은 장치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입니다.통일·외교·국방장관과 국정원장·국무조정실장·외교안보수석등 6사람이 매주 한번 이상 만나 외교안보 현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제가 위원장으로서 정책조정 역할을 하는데 협조가 잘되고 있습니다. 부처간 이견이 있을수 있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입니다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정책조율이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대단히 만족하시고,외교안보팀이 제일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한반도 냉전해체'구상이 임기중 실현 가능하리라고 봅니까.
"탈냉전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엄청난 변화입니다.99년 9월은 한반도 냉전사에 있어 하나의 전기를 마련한 시기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여곡절이 있을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통령께서 추구하는 목표인 냉전종식과'사실상의 통일'상황실현(통일은 안되도 남북이 서로 자유로이 오가고 돕고 나눌수 있는 상황)
까지 어느정도 갈 것으로 보고,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이 11만명을 넘어섰습니다.관광객 신변안전과 유사시 해난구조 대책은 어떻게 보완되고 있습니까.
"신변안전은 지난 7월말 당국간 간접협상을 통해 현대와 북한측이 체결한 신변안전보장 합의서등 5가지 장치에 의해 보장되고 있습니다.북한측도 금감산 관광사업을 계속할 의지를 가지고 이런 합의를 지키기 위해 성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광세칙이 마련된 이후 위반금 지급건수도 월평균 40건에서 11건으로 줄었고,건당 위반액수도 38달러에서 13달러로 감소됐습니다. 북한 해역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도 남북공동구조가 이루어질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습니다.그리고 북한방문자 신변안전대책협의회도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리=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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