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베르 베드린 전 외교부 장관 “안보엔 양보 없다 … 북한 체제 용납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아무리 좌파라고 해도 북한 체제를 용납할 순 없다.”

 프랑스 좌파 정치인의 ‘대부’ 격인 위베르 베드린(61·사진) 전 외교부 장관의 말이다. 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 초청으로 한국에 온 베드린을 24일 만났다. 그는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만 안보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걸 좌파 평화주의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안보 문제엔 협의나 양보가 있을 수 없다. 이는 좌파였던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확고한 입장”이라 밝혔다. 최근 외규장각 도서를 ‘장기 대여’ 형식으로 사실상 한국에 반환키로 한 프랑스 정부의 결정에 대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말했다.

 파리정치대·국립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베드린은 미테랑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외교보좌관·외교장관으로 14년, 이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내각에서 외교부 장관으로 5년을 재임했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도 외교부 장관직을 제의했으나 (정치 성향 차이를 이유로) 고사했다”고 밝혔다. 2003년부터 프랑수아 미테랑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프랑스 좌파 정치인의 대부 격으로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관련해 한국의 좌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아무리 좌파라고 해도 북한 체제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동·서 냉전 시대에도 양 극단의 목소리는 있었으며,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중도노선을 택해 성공했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중도노선’이란.

 “상대방과 대화는 하되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을 때만 할 것. 그리고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어떠한 협의나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좌파 평화주의자들은 원래 안보 문제에선 조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은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만 안보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한국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절대 없다. 그러나 요즘 한국이 과거 냉전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냉전 당시 동·서독 통일은 전쟁을 겪은 후에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행히 좋았다. 중도노선 덕분이다. 한국에도 냉전의 종말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외규장각 도서의 사실상 반환 결정을 어떻게 보나.

 “미테랑 전 대통령이 처음 약속했던 일이고, 이뤄져서 기쁘다. 문화재 반환 문제는 외규장각 도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천 건이 있다. 만약 모든 문화재를 다 반환해야 한다면 유명한 박물관은 텅 빌 거다. 하지만 보유국의 보수주의자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보존 문제 등을 들어 반환을 강력 반대하기 마련이다. 이번 외규장각 도서 건도 박물관·도서관 등 프랑스 문화계에서 반대가 심하다. 그래도 완전한 반환이 아니라 장기 대여라는 중간 방책을 찾았다.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랑스가 내년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인데.

 “의제 목표 설정을 잘 했다고 본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세운 목표는 환율전쟁을 막고 원자재 가격 안정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어렵지만 중요한 문제들이다.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처럼 프랑스에서도 많은 합의가 나오길 바란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