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락 원인은…대우 불씨에 해외금융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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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금융시장안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불안한 양상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1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22일 이후 5일 연속 1백20포인트 이상 폭락한 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일며 비교적 강세로 출발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여전한데다 개인투자자들이 투매에 가까운 실망 매물을 쏟아내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오후 2시쯤 한때 35포인트 가량 급락, 지수 8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 뒤 기관투자가의 지수 부양성 '사자' 주문이 대형주 중심으로 유입되고, 주식선물과 현물간의 시세차익을 겨냥한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형성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결국 전날보다 3.17포인트 오른 839.35로 마감됐다. 이날 하루 시장은 지수 등락폭이 무려 46포인트에 이르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엔화강세.반도체호황 등 수출여건 호전과 채권시장 안정기금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등 풍성한 호재속에서도 증시가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는 것은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과 대우그룹 문제로 비롯된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불안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한국에서 비교적 큰 수익을 올린 선진국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시장에서의 주식환매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이탈 규모는 9월말 현재 27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문제가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채권시장 불안에 따른 투신사의 유동성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감산 결의로 국제 원유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점도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해외 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재들이 엔화강세 등 호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추석 이후 안정적인 상승장세를 전망했던 증권사들은 이번주에 주가가 연일 미끄럼을 타자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유하며 단기전망을 꺼리고 있다.

최대문 현대투신운용 이사는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 시장은 하락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며 "대우문제 해결만이 장세회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일 뿐"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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