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신수지·김윤희·손연재, 리듬체조 미녀 넷의 광저우 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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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메달을 노리는 신수지(왼쪽)와 손연재가 22일 광저우 스포츠 폴리테크닉스에서 진행된 공개훈련에서 연기를 가다듬고 있다. [광저우=이영목 기자]

“금메달은 쟤들(카자흐스탄)이 따겠죠. 우리는 첫 은메달에 도전할래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은 대부분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갔다. 가장 뒤늦게(21일) 광저우 땅을 밟은 건 리듬체조 대표팀. 날씬한 미녀 4인방은 한국을 떠날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2일 광저우 스포츠 폴리테크닉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경화(22)·신수지(19)·김윤희(19·이상 세종대), 손연재(16·세종고)는 커다란 매트 위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지희 코치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지면,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오후 6시부터 3시간이나 이어진 강훈. 녹초가 돼 매트 위에 누운 선수들은 “정말 힘들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건 메달을 향한 꿈이다. 리듬체조에는 개인종합과 팀 경기,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리듬체조에 출전한 한국은 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에서 팀 경기 동메달을 땄다. 아직까지 개인종합 메달은 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팀은 물론 개인 메달도 노린다. 베이징 올림픽 17위에 올랐던 신수지와 신예 손연재의 기량에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신수지는 “개인전도 욕심나지만, 우리가 제일 따고 싶은 건 팀 메달이에요. 다같이 똑같은 메달을 받으니 함께 웃을 수 있잖아요”라고 한다. 맏언니 이경화는 바로 옆에서 훈련하는 카자흐스탄 팀을 가리키며 “팀 금메달은 쟤들이 딸 거고, 우리는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 싶어요. ‘~스탄’이 들어간 나라 선수들은 말이 아시아지, 아시아 선수가 아니에요. 러시아 선수들과 똑같아요. 언젠가는 이기고 싶은데 이번에는 솔직히 힘들어요”라고 거들었다.

 선수촌 생활은 어떠냐고 묻자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진다. “진짜 좋아요. 깨끗하고 넓고요. 축구나 배구 같은 다른 종목 선수들이 같이 있는 것도 좋아요. 이미 떠난 선수들이 좀 아쉽긴 해요.”(김윤희) “그런데 방에 TV가 없는 건 아쉬워요. 한국팀 경기 보면서 응원하고 싶었거든요. 광저우에 오기 전에는 야구·수영·유도·역도 보면서 엄청나게 응원했어요. 다른 선수들도 우리를 응원해 줄까요?”(신수지)

 선수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식당이다. 선수촌 식당에는 각국에서 온 선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100가지가 넘는 메뉴가 있다. 손연재는 “그림의 떡이에요. 거기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요. 우리는 선생님이 햇반 데워서 만들어 준 주먹밥만 먹어야 해요. 식당 구경을 갔다가 우유랑 주스만 들고 나왔어요. 경기 끝나면 꼭 식당에서 피자를 먹고 말 거예요”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나도 피자”(이경화), “나는 햄버거”(신수지), “나는 100가지 음식 하나씩 다 먹어볼 거야”(김윤희) 하는 바람이 이어졌다.

 이번 대회는 ‘미모 아시안게임’이라는 말도 나온다. 차유람(당구)·정다래(수영)·이슬아(바둑) 등 외모가 출중한 선수들이 쏟아져서다. 대미를 장식하는 게 리듬체조 대표팀. 손연재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돼요. 기대를 해 주니 감사하기도 한데, 얼굴보다는 성적으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해요”라고 했다.

 미녀 선수들이 꼽는 미남 선수는 누굴까. 리듬체조 4인방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지체 없이 여러 명의 이름이 쏟아졌다. 이경화는 한선수(배구)를, 신수지는 이승준(농구)과 박주영(축구)을, 김윤희는 박찬희(농구)와 구자철(축구)을 꼽았다. 손연재는 “전 대표팀에는 없는데, 슈퍼스타 K에 나온 강승윤이 정말 좋아요. 그런데, 이런 거 말해도 되나요?”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25일 열리는 단체전에서 대표팀은 다소 불리한 순번을 배정받았다. 신수지는 “저희가 첫 번째거든요. 대회 당일 연습이 오전 7시예요. 화장하고 이동하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야죠. 우리랑 팀 메달을 다투는 중국의 텃세가 아닌가 싶어요”라며 “그래서 더 이기고 싶어요. 꼭 메달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광저우=온누리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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