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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전자공고 수업 현장에 가보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오후 2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초실. 1학년 학생들 20명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해 실험하는 시간이다. 강아지 모양의 로봇이 직진하다 정면 30㎝ 앞에서 장애물이 감지되면 정지해야 성공이다. 한 명씩 앞에 나와 자기가 만든 로봇을 성공적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김율리양의 로봇 강아지가 말썽이다. 시작 버튼을 누르자 앞으로 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돈다. “코드를 잘못 꽂았어. 다시 확인해봐.” 채석수 교사가 학생들이 만든 로봇의 문제점을 해결해주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수업은 전자과의 ‘임베디드’ 전공 기초과정 중 일부다. 임베디드란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포함된 기술로, TV리모컨의 조종능력이나 전기밥솥의 취사능력처럼 제품이 특수한 기능을 자동 수행하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채 교사는 “4년제 대학의 전자제어학과에서 2학년이나 돼야 배우기 시작하는 기술”이라며 “7개의 임베디드 관련 동아리가 주 2회 방과후 2시간씩 실습하며 실력을 쌓는다”고 말했다. 방과후 교실로 개설된 ‘LG하이텍반’에는 LG근무자가 직접 출강해 업무처리에 필요한 과정을 가르친다. 이세훈 교사는 “학교의 커리큘럼대로 이수하고 졸업할 때쯤이면 전문대졸 수준, 4년제 대학의 3학년 과정까지 마치게 된다”며 “현장에 바로 투입돼 실무를 진행해도 무리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기능인 양성 첫걸음…업계에선 환영해

마이스터고는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다. 대학 진학반은 개설되지 않을 예정이다.‘고졸 학력’이 맘에 걸릴 만도 한데 올해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후 처음 모집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 신입생들의 성적은 예상외로 높다. 김기철 교감은 “입학생 85%가 중학교 내신 상위 30% 이내”라며 “대학 졸업 뒤 좁은 취업 문을 뚫기보다 기술과 품성을 갖춘 경력 있는 기술자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의식을 가진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오이슬(1년)양은 “사촌 오빠가 이 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LG)에 취업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며 “매 시간 지루한 이론 대신 정말 회사에서 사용할 프로젝트·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재미있고 현장감각이 생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마이스터고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7월까지 1050개 기업이 전국21개 마이스터고와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삼성은 이달 초 전체 마이스터고 정원의 5% 내외 학생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삼성 홍보팀 이광윤 차장은 “졸업 전부터 삼성에서 출장교육을 실시하고, 졸업 뒤 전문대졸 수준의 전문직종에 배치할 예정”이라며 “삼성의 주요 사업장 인근(구미·탕정·기흥)의 마이스터고 위주로 협력이 시작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학부모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학력 문제다. 비상교육 이지원 연구원은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마이스터고는 아직까지 논외의 대상”이라며 “대학은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의 성적이 중하위권이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의 장점을 충분히 듣고 난 뒤에도 최종적으로는 일반고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김 교감은 “중학교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진로교육이 이뤄지고 학부모의 마인드도 개방적이 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라며 “기술 분야의 ‘명장’으로 성장하겠다는 동기부여를 꾸준히 시켜주는 것도 학교의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설명]구미전자공고 채석수 교사와 1학년 학생들이 초음파 센서를 장착한 로봇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 박정식·이지은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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