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내 몸 살리는 장(腸) 건강법 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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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종류,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자신만 살이 찐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장(腸)내 세균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디애나주립대 김석진(프로바이오틱스 전문가) 교수는 “몇 해 전부터 네이처 등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서 장내 세균이 ‘비만 체질’을 만드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며 “지방 대사의 일부는 장내 세균이 담당하고 있는데, 유익균이 줄면 지방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쉽게 살이 찌는 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마코 칼리오마키 박사는 이를 입증해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발표했다. 그는 비만 아이들을 7년간 추적 관찰해 대변 속 세균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 아이들은 정상 체중인 아이의 대변에 비해 장내 유해균인 스타필로코쿠스의 양은 현저히 많았고,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은 훨씬 적었다. 연구진은 유아기 때 장내 유익균 비율이 낮고, 유해균 비율이 높은 아이들은 성장 후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2008년 메이요클리닉에서 발표한 논문도 비슷했다. 비만인 사람의 장에는 박테로이데트라는 균의 수는 현저히 적었고, 퍼미큐트라는 균의 수는 많았다. 연구팀은 장세포 표면에 서식하는 유해균이 고지방식의 지방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쥐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쥐는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수백만 년을 함께 진화했다. 쥐가 다른 동물보다 인간과 장내 세균 구성이 비슷한 이유다. 2005년 미 국립과학원에서 쥐의 장내 세균을 조사한 결과, 비만 쥐에는 박테로이데트의 수가 50% 감소돼 있었고, 퍼미큐트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2006년 네이처지에 실린 연구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바우 박사팀은 다른 환경요인은 같게 한 뒤 비만 쥐의 장내 세균을 정상 쥐의 장에 다량 이식했다. 결과에선 같은 식사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쥐의 몸무게가 늘어 비만 쥐가 됐다. 바우 박사팀은 유전적·환경적 변화 없이도 장내 세균 구성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비만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영국 임페리얼대 제로미니컬슨 교수는 비만한 쥐에게 유익균을 주입해 지방분해를 유도시켜 정상 무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 구성 비율은 태어날 때 정해진다. 제왕절개로 태어나거나 모유 수유를 받지 못한 아이, 항생제·첨가물·인스턴트 음식 등을 많이 먹는 아이는 체내 유익균 비율이 낮을 수 있다. 태생적으로 유익균 비율이 적은 사람은 인위적으로 유익균 섭취를 늘리면 장내 세균 비율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배지영 기자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가인 김석진(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는 11월 30일부터 3일간 진행하는 중앙일보 주최 서울 국제헬스케어 박람회에서 장(腸) 건강 세미나를 엽니다. 주제는 장 건강과 비만입니다. 참여한 분 중 30분을 선정해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 ‘VSL3’ 10일분을 제공합니다. 12월 1일(수) 13시 30분, 장소는 코엑스 1층B홀(구 인도양홀), 02-543-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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