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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 우대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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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창렬
하이패스무료화 국민운동본부 대표

고속도로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운전자라면 하이패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느낄 것이다. 톨게이트가 보이기도 전에 차로에 하이패스 사용자를 위한 안내가 나온다. 톨게이트에 이르면 하이패스 이용자를 위한 안내 전광판이 보인다. 현금 지불 차로는 길게 줄을 서 있지만 하이패스 차로는 보통 밀린 차가 없거나 아주 적다.

 나는 때로 현금 지불 차로를 지나가면서 차별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이패스 장착 차량은 마치 특권을 가진 것처럼 대접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하이패스 사용자나 현금 지불 운전자나 동일한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한다. 동일한 통행료를 지불하면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미국에서는 현금 지불이든 하이패스처럼 전자적 지불이든 동일한 차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통행료를 지불하고 같은 구간의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이면 같이 줄을 서서 지불하는 것이다. 만약 식당에서 같은 금액의 식사를 한 뒤 신용카드로 지불하는 사람은 신속하게 처리해 주고, 현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푸대접한다면 이는 잘못이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식당에 안 가면 된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선 선택권이 없다.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차로를 하이패스 구입 차량 비율로 배분해서는 안 된다. 통과시간이 비슷하도록 하이패스 차로와 현금 지불 차로를 배분하든지, 하이패스 차량과 현금 지불 차량이 동일한 차로를 이용하게 하는 게 공정하다. 어쩌면 하이패스를 샀으니 특권을 누려야 한다고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만원 안팎의 하이패스 단말기로 특권을 누리게 하는 건 공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이창렬 하이패스무료화·국민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