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오사카성 천수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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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종이에 먹펜, 43X58cm, 2010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83년부터 3년간 10만여 명을 동원해 오사카(大阪)에 일본에서 제일 큰 성을 지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지요. 내부 9층, 외부 5층으로 이뤄진 천수각(성의 상징이자 망루 역할을 하는 높은 건물로, 일본 고유의 건축물)을 지어 외부에 검정 칠을 하고 기와와 문양에는 화려한 금박을 입혔습니다. 성 둘레엔 3중 해자와 운하를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난공불락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성에서 부인과 늦둥이 외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도요토미 가문이 비극으로 막을 내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도요토미는 조선을 침략해 대륙을 정벌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다가 1598년 세상을 뜹니다. 기회를 노리던 2인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해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도요토미의 아들 히데요리는 1615년 오사카성 여름전투에서 3배에 가까운 도쿠가와 대군을 맞아 6개월 동안 버티다 끝내 생모와 함께 최후를 맞습니다.

 도쿠가와는 오사카성 전체에 흙을 덮어 도요토미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새로 성을 만듭니다. 천수각은 도요토미 때와 같은 규모인 외부 5층으로 지었습니다. 그 천수각은 1665년 번개를 맞아 불타버렸는데 1931년 복원됐습니다. 1층에서 4층까지는 도쿠가와풍인 백색 회벽으로, 5층은 검정 칠에 호랑이와 두루미 문양을 금박으로 살려 도요토미풍으로 절충했습니다. 구마모토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으로 손꼽힙니다.

김영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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