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 실수 한둘쯤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 가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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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날씨가 추워진다. 수능으로 인한 마음의 추위 때문은 아닐까 싶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이제 그 속에서 즐기는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시험을 즐긴다는 것은 시험을 통해 점수라는 결과만 얻을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배움과 성장도 함께 얻는 것을 의미한다. 내일의 수능에서 수험생들이 배웠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집중과 몰입의 가치를 배웠으면 한다. 문제를 푸는 매 순간마다 그 가치를 익히는 것이다. 집중과 몰입의 자세는 성인이 돼서도 삶의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시간 관리를 잘 해왔더라도 수능 시험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시간 부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은 모든 수험생에게 같으며, 문제를 잘 푸는 것만큼이나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의 어떤 일에도 무한정의 시간이 허락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수능 시험을 통해 이런 인생의 냉정함을 배우고 시간을 조절하는 지혜도 아울러 배웠으면 한다.

 수능에서는 사소한 실수 하나로 시험 전체를 망칠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쉽게 용납하지 않는 꼼꼼한 자세도 익혔으면 한다. 실수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 실수 없는 인생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 때문에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시험 시간 중 사소한 실수쯤은 대범하게 잊어버리는 자세로 그런 인생의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시험 결과에 따라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생이 뜻하는 바대로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인생에는 늘 변수가 있다. 이럴 경우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안목도 배웠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큰 갈림길에 선 수험생들이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주체성을 확립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어른스러운 자세를 익혔으면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수능 이상의 시험들과 숱하게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시험의 성적이 쌓여 인생이 만들어진다. 수능은 그런 인생의 초창기에 만나는 비교적 매우 공정한 시험이고, 어쩌면 본 시험에 앞서 치러지는 일종의 모의고사, 혹은 리허설인 셈이다.

 그렇다고 가볍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중하게 최선을 다하되 일희일비하지는 않아야 한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통해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즐기겠다는 당돌한 자신감으로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험장으로 가는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시험 문제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신원근 진학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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