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저우] ‘식스팩 복근 짐승남’김주진의 후배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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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남요? 제가요? 아이, 전 그런 거 아니에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국가대표 김주진(24·수원시청·사진)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김주진은 15일 화궁체육관에서 열린 66㎏급 경기에서 미르조히드 파르모노프(우즈베키스탄)를 꺾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의 실력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은 귀여운 얼굴과 대비된 탄탄한 복근이었다. 결승전에서 그의 도복 사이로 슬쩍슬쩍 보인 식스팩은 여심을 흔들었다. 누리꾼들은 “유도계의 훈남이다” “실력도 금메달, 복근도 금메달”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의 근육은 하루 10시간의 운동으로 만들어진 땀의 결정체다. 김주진은 “복근은 태릉선수촌 선수들에게 다 있다”며 “유도는 복근이 강해야 된다. 복근 강화운동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실력 못지않은 외모로 관심을 받고 있는 그이지만 괴로운 시절도 있었다. 2년 전 베이징 올림픽 때다. 용인대 4학년이었던 김주진은 그해 2월 열린 파리오픈에서 우승하며 베이징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회전에서 2007년 세계선수권자인 후앙 데를리(브라질)에게 한판으로 지고 말았다. 당시 최민호가 금메달, 왕기춘과 김재범이 은메달을 따 병역을 해결한 반면 김주진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좌절감은 더욱 심했다. 김주진은 “정말 괴로웠다. 젊은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는데 선배들의 조언으로 다행히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복끈을 다시 졸라맨 김주진은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주진은 “병역문제를 해결해 부담을 덜었다. 이제 런던 올림픽을 향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진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 이규원을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90㎏급에 출전한 이규원은 동메달에 머물러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김주진은 “나도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규원이도 아직 젊으니까 기운 잃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짐승남의 후배 사랑은 따뜻했다.

광저우=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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