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2관왕 임신 7개월 ‘김윤미’ 시댁에서도 국가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신 7개월의 ‘총잡이’ 김윤미가 여자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이 확정된 뒤 활짝 웃고 있다. [광저우=연합뉴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2010 북경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공기권총 2관왕에 오른 김윤미(28ㆍ서산시청)선수. 김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집(청주)에서 TV로 지켜본 남편 진철규(28)씨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굴가득히 안쓰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아침 7시부터 일어나 계속 인터넷을 확인했어요. 중국의 순치 선수를 역전할 때는 너무나 떨려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라며 감격해 했다.

김윤미 선수는 임신 초기인 지난 7월 7일에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치뤘고, 제법 배가 불러온 임신 4개월여인 8월 14일에 국제창원종합사격장에서 합숙을 시작했다. 그러나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3~4시간씩 걸려 충북 청주 시댁을 찾는 알뜰한 며느리요 아내였다.

아시안 게임을 위해 출국하는 날. 진씨와 시부모님의 걱정은 컸지만 내색하지 못했다.

“국가대표 훈련소에 입소해 한창 훈련할 때에 입덧이 있었다. 가장 예민하고 위험하다는 시기에 아내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했다”

이렇게 말하는 진씨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두 사람은 5년 동안의 열애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윤미씨는 요즘 보기 드물게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효부다. 시부모님을 ‘엄마’, ‘아빠’라 부른다. 결혼을 한지 8개월도 안 돼 시댁이 있는 청주와 국가대표 훈련장인 창원을 오가며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남편 진철규씨는 “간혹 음식에 간이 안 맞으면 시어머니가 뒤에서 봐주셨다”며, “아내가 훈련에서 돌아오면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다”고 말했다. 시댁에서도 국가대표인 셈이다.

맏손주와 금메달 때문에 애를 태운 김 선수의 친 아버지 김덕호(53세)씨도 “윤미는 뭐든 한번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며, “그래도 훈련기간 중에 입덧은 1주일 정도로 짧게 해 다행이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8-9년을 한 사격이건만 이번 아시안게임만큼 딸의 총쏘기에 마음 졸인 적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지난 8일 출국한 아내의 몸이 그사이 더 불어나 보인다는 진 씨는 “아내가 부끄러워하며 몸무게를 아무리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진 씨에게 아내는 어려운 시기를 착한 마음으로 꿋꿋이 이겨낸 ‘너무나 이쁘기만 한 새댁’이다.

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김정록 기자 ilro1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