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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황복 왜 안 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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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임진강 명물 황복이 제철이 돌아왔는데도 거의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회귀성 어종인 황복은 매년 4월 중순 서해에서 임진강으로 올라오기 시작, 5월 중순부터 말까지 집중적으로 올라오며 늦게는 6월 중순까지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4월 말부터 황복이 하루 100㎏씩 잡혔고 5월 중순부터 말까지는 하루 200~300㎏씩 그물에 걸려 어부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11일 경기도 파주어촌계에 따르면 요즘 100여 명의 어부가 온종일 그물질을 해도 황복 어획량은 하루 20㎏을 밑돈다. 이에 따라 원래 귀한 황복의 희소가치는 더욱 높아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에 15만원 선이던 것이 올 들어 20만원 선으로 껑충 뛰었으며 이마저도 예약하지 않으면 맛보기 힘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연산과 비슷한 맛을 내는 양식 황복(1㎏ 12만~13만원)도 임진강 일대에선 현재 거의 동났다.

파주 어촌계 장석진(42)씨는 "임진강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 아직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며 "5월이 가기 전에 수온이 회복돼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황복은 강에서 부화한 지 두 달여 만에 바다로 이동해 3년 동안 25~30㎝의 성어로 자란 뒤 강으로 올라와 산란하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이다. 서해안에만 서식하는데 20여 년 전만 해도 금강.섬진강 등에도 올라왔지만 하구에 댐이 건설되고 강물이 오염되면서 지금은 주로 임진강으로만 올라온다. 임진강 황복은 구수하고 담백하며 쫄깃쫄깃한 맛에 숙취 해소 효과까지 지녀 식용 복어류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회와 지리, 매운탕 등으로 요리되며 1㎏이면 두세 명이 먹을 수 있다.

어민들은 2003년부터 황복 알을 부화, 4㎝가량의 치어로 키운 뒤 6월 중순 50만~100만 마리를 임진강에 방류하는 '황복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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