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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 미래를 위한 녹색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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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윤용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 심화는 현재 전 세계가 공통으로 당면한 숙제다. 이 숙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많은 국가가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 기존의 전력망에 IT를 접목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를 해결책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동안 인류 역사상 큰 문제들은 기술의 발전이나 인간의 노력 또는 인식의 변화로 해결됐다. 농업 생산 기술을 발전시켜 식량 문제를 해결했고, 민주주의와 복지제도 등을 통해 인간 사회의 갈등을 푸는 등 역사적 사실들이 이를 증명한다.

 에너지 역사를 보면 선사시대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목재가 에너지원이었고, 이후 석탄-석유-원자력을 거치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은 기술 발전에 따라 경제성이 높아져 보편화됐다. 하지만 에너지원의 경제성은 오로지 에너지 발생량과 취득 비용만을 고려해 판단했지 에너지의 사용에 따른 공해 발생이 유발하는 비용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현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적 측면으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인식 변화 측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제도(RPS), 탄소배출 억제 정책 등을 시행하는 단계다. 스마트 그리드는 이러한 기술과 정책이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기술적인 인프라다.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확대가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안임은 확실하다. 현재로선 화석연료에 비해 매우 비싸고 환경 문제를 고려한 간접 비용까지 계산하더라도 아직은 비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재생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된다. 태양광의 경우 5년 정도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2022년 신재생 발전 의무 비율 10%를 충족하려면 향후 10여 년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직접적인 발전원 건설 비용과 전력계통 투자비와 같은 간접비용이 든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비도 상당한 금액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이 직접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 에너지 소비자들이 비용을 적절히 분담하지 않는다면 세금과 같은 사회적 간접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부담에 따른 효용 증가 혜택이 크지는 않다. 지금의 투자 혜택이 언제 돌아올지, 그리드 패리티가 언제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술 개발과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의 구축, 인식 개선이 병행된다면 짧은 시간 내에 우리의 부담은 작아지고 효용은 커진다. 우리는 에너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와 노력 분담이 큰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 후손에게도 깨끗한 자연을 넘겨주어야 하는 의무도 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은 기술 발전을 뛰어넘는 문제 해결의 원천이 될 것이다.

윤용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