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뉴욕현대미술관으로 간 한국 건축 “바깥으로 열린 공간, 정제미 훌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수백당’. 비움의 미학을 담아낸 집이다. [이로재 제공], 김영준씨가 설계한 박찬욱 감독의 집 ‘자하재’. 2세대의 공간이 독립돼 있다. [중앙포토](위쪽부터)

건축가 승효상(58·이로재 대표)씨와 김영준(49·김영준도시건축 대표)씨의 작품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입성했다. 올 3월 MoMA에 기증된 승씨의 ‘수백당(守白堂)’과 김씨의 ‘자하재(紫霞齋)’ 핸드드로잉과 모델이 10일 개막된 MoMA 건축전 ‘빌딩 컬렉션( 2011년 5월 30일까지)’에서 전시되고 있다. 1939년부터 건축 작품을 수집해온 MoMA는 현대건축을 가장 풍부하게 소장한 곳으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2005년 이후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지난해 3월 MoMA의 건축 부문 수석큐레이터인 배리 버그돌이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중앙sunday 2009년 3월 29일자 1면 보도> 버그돌은 3박 4일 동안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영주시 부석사, 서울 종묘 등 전통건축과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 서울의 인사동과 강남 지역 등 한국건축을 두루 답사했다.

 버글돌은 방문 당시 병산서원을 가리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 건축의 특징을 “공간이 외부를 향해 열리도록 정제한 것”으로 표현했다. 그가 ‘수백당’과 ‘자하재’를 선정한 데에는 두 작품이 이런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을 잘 담아낸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씨의 작품에 대해서는 “내부를 잘게 나눠 바깥 공간과 끊임없이 대화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김영준씨의 작품 역시 방에서 각기 다른 마당을 볼 수 있도록 해 여백과 외부와의 연결에 중심을 뒀다.

 1998년에 지어진 수백당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200의 주택이다. 위가 덮여있는 실내의 방(1·2층 포함)이 여섯 개, 위가 뚫려 있는 실외의 방이 여덟 개다. 하늘로 뚫려 있는 방은 ‘마당’ ‘뜰’ 이라 불릴 만도 하지만 승씨는 이 공간을 ‘공백의 방’이라 부른다. 2005년 지어진 자하재는 영화감독 박찬욱씨와 그의 부모가 ‘따로 또 같이’ 사는 집이다. 연면적 318 규모로 3개의 블록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방에 대응하는 작은 마당(中庭)이 23개에 이른다.

 승씨는 “그 동안 한국건축은 세계무대에서는 변방이나 다름없었다. 한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한국건축이 세계 중심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