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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G20 정상회의, ‘경주 합의’ 후퇴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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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G20 서울 정상회의가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무역 흑자국과 무역 적자국들로 진영이 갈라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남은 핵심 쟁점은 환율과 무역 불균형이다. 환율 전쟁을 방지하고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게 과제다. 이 난제(難題)들을 풀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라는 정상회의 구호가 무색해져 버린다. 세계 경제에도 재앙이다. 환율 전쟁은 격화되고 ‘21세기 대공황’이 도래할지 모른다.

  3주 전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어렵게 ‘경주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인 통화절하 자제’가 기본 합의 내용이다. 그러나 주요국들은 경주 합의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미국은 제2차 양적 완화 정책을 구사하고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머뭇거렸다. 미국은 “미국 경제가 강해져야 글로벌 경제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맞서고, 중국·독일·브라질은 2차 양적 완화를 ‘간접적인 환율 조작’이라 비난하고 있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더욱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수출 강국인 중국과 독일은 아예 가이드라인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가 과다한 나라에는 반드시 조기경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쪽 진영이 서로 양보하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른바 ‘서울 컨센서스’의 알맹이가 실종돼 버린다.

 G20 정상들 중 누구도 경주 합의를 계승하자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환율과 무역 불균형에 대한 국제공조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도 동의한다. 국가별 처방전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미국은 수출을 늘려야 하고, 중국은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 환율 전쟁은 상대방의 보복을 불러 결국 경제정책 효과를 무력화시킬 뿐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참가국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환율 해법이나 가이드라인에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뿐이다. 뒤집어 말해 가슴을 열고 양보와 타협으로 풀어간다면 의견 접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G20 정상회의는 결코 경주 합의에서 후퇴해선 안 된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를 보다 강화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하는 것은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미완의 숙제들은 내년 프랑스 회의로 넘겨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모호한 구석은 최소화시켜야 한다. 환율 해법과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언제까지 도출할 것인지, 합의 시한 정도는 반드시 못 박아야 한다. 국가별·단계별 행동계획도 의무적으로 언제까지 제출할 것인지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폐막이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 있는 회의가 되도록 협상 노력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담판이 필요하면 머뭇거리지 말고 해야 한다. G20은 이미 세계 경제의 최상위 협의체가 됐다. 세계 경제의 질서를 잡을 다른 대안이 없다. 정상들이 외양보다 G20의 위상에 걸맞은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해 주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G20이 자칫 무기력한 국제협의체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