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도 학교에도 ‘도심 속 텃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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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안산 매화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들이 10일 학교 농장에서 자신들이 키운 배추를 돌보고 있다. [최모란 기자]

1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이동 매화초등학교. 쉬는 시간이 되자 겨울옷으로 무장한 어린이들이 후문 쪽 학교농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속이 여물기 시작한 배추를 살피며 “추워서 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누렇게 마른 배춧잎을 떼내고 잡초를 뽑아낸다. 5학년 김인경(12)양은 “내가 심고 기른 배추가 이만큼 자란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반월공단 인근에 있는 매화초등학교의 밭은 830㎡로 지난해까지는 인근 주민들에게 주말농장으로 분양했다. 그러나 올해 4월부터 교사와 학생들이 배추·무 등 채소부터 당귀·야콘·녹차 등 특용작물까지 50여 종을 키웠다. 6월에 뜯은 상추와 치커리 두 상자와 10월에 캔 고구마 네 상자를 이동경로당과 일동복지센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최태영 교장은 “교사나 어린이들이 반농사꾼이 됐다”며 “학교농장이 농업체험학습은 물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좋은 학습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의 농장은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이 200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심녹화사업장이다. 도와 재단은 콘크리트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생기는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체험학습과 인성교육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 덕분에 지난해 10개교에서 올해 20개교로 늘었다. 선정된 학교에는 경기도가 해마다 1000만원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건물 옥상에 흙을 깔고 키 작은 나무와 꽃·풀을 심는 ‘옥상정원·텃밭’도 인기다. 옥상정원은 도시 미관을 좋게 하고 토양층이 산성비와 자외선에 의한 콘크리트 노화를 방지해 건축물의 수명을 연장한다. 여름에는 건물의 실내온도를 낮춰주고, 겨울에는 반대로 높여줘 냉·난방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경기도와 재단이 사업비의 30~50%를 지원하는데 2005년부터 150여 개 건물에 옥상정원·텃밭이 들어섰다.

안산=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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