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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녹색성장 비전 내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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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아힘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주요 20개국(G20)은 그동안 금융위기를 안정시키고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결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G20의 역할은 부와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데 머물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를 향해 근본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국제 금융·경제 분야에서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고 한 지난해 런던 G20 회의 때의 약속이 선언에 그칠지, 실행에 옮겨질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실제로 G20 회의 주최국인 한국을 비롯해 각국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은 경제 회복을 위한 투자의 90%를 녹색성장 분야에 할당했다. G20 지도자들 역시 청정기술을 포함한 녹색산업 부문에 민간부문의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정책을 수립했다.

 이번 G20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100명의 최고경영자(CEO)가 모이는 비즈니스 정상회의도 열린다. CEO들 앞에 놓인 핵심 주제는 금융과 무역 두 가지이지만 녹색성장을 어떻게 진척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도 논의해야 한다. 또 전통적인 경제위기에 관한 논의는 줄이는 대신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지구 자연자원에 대한 과도한 개발 등 훨씬 크고 복잡한 주제도 다뤄야 한다.

 지난달 일본 나고야에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EEB)’이란 제목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생태계 파괴로 인해 지구 전체적으로 매년 수조 달러(수천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 투자를 한다면 새로운 녹색 일자리 창출과 같은 엄청난 혜택이 돌아온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제 점점 더 많은 은행과 연·기금들이 삼림·습지 등 자연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사라짐으로 해서 자신들의 투자 위험도 따라 커진다는 것을, 또 자연생태계 서비스 상실 문제가 국제 테러보다 더 중대하다는 사실을 이제 깨닫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가 이 같은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는 국가 차원에서 TEEB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연의 경제학을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첫걸음이다. 세계은행과 유엔환경계획(UNEP)은 콜롬비아 등 10개 개도국이 국가 녹색계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G20은 이 같은 전환을 실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어족자원을 복원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금융의 지속가능성은 기존의 경제 모델에 내재돼 있는 모순을 해결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공공정책과 민간부문의 투자가 단기적인 경기 회복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을 동시에 추구할 때에만 가능하다. 1년 전 런던에서 G20 정상들은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친환경적인 경기 회복을 이루겠다”는 식으로 이 같은 비전을 분명히 표현했다.

 이번 주 서울에서는 이 같은 비전을 친환경적인 경기 회복 차원에서 벗어나 청정기술과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아힘 슈타이너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